[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정쟁 국감 속 여가부 예산 증액
‘여가부 폐지 반대’ 의견 피력
“‘빈곤 포르노’ 표현 과했지만
여성혐오 비판 받을 일 아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 중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홍수형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홍수형 기자

“매일 국정감사 기간처럼 지내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끝난 뒤 연이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18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태원 참사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셀프 수사로는 제대로 진상을 밝힐 수 없다”며 “형사적 책임 소재가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는 것을 넘어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시위를 주도하며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참사. 시간이 흘렀지만 정부의 대처는 그때나 지금이나 굉장히 유사합니다. 정부는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일선 책임자의 책임으로만 끝내려고 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정책 참고자료라고 검찰에서 작성했던 시민사회단체 사찰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 문건을 만드는 것도 세월호 참사 때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대통령의 뻔뻔한 대응은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돼 더 절망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동남아시아 해외순방과 관련해 ‘빈곤 포르노’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선 표현은 과했지만 여성혐오로 비판받을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저라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 같지만 ‘김건희 여사가 왜 이런 사진을 찍었는가’를 생각하면 비판적입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포르노에 대한 문제의식과 동일하게 빈곤을 대상화하는 비판으로써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를 쓴 것입니다. ‘포르노’라는 단어에 매몰돼서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이 ‘여성혐오’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선 개념을 잘 모르고 정치적 공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여당 여성의원님들께서 여성혐오를 그렇게까지 걱정하고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김 여사 구하기를 할 것이 아니라 같이 여성가족부 구하기를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국감에선 용 의원의 활약이 컸다. 정쟁 속에서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여성 차별이나 여성 폭력이 여성 이슈를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통계로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암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여가부가 지금까지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냐고 묻는다면 물론 아쉬운 점도 있고 비판받을 지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가부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오히려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현실이 아주 안타깝고 분노스럽습니다. 여가부의 권한이나 예산이 너무 작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여가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라고 얘기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사실 여가부 폐지는 지지율의 방어 수단처럼 사용되고 있죠. 이명박 정부 때도 여성부 폐지 얘기가 나왔고 당시 한나라당 여성 의원님들도 반대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런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서 참담합니다.”

국회의원·당 원내대표·엄마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용 의원은 몸이 여러 개라도 모자라다. “아들 단이는 이제 18개월입니다. 출산부터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주 양육자로 돌봐오고 있습니다. 국감 기간에도 남편이 독박육아를 많이 했습니다. 많은 여성이 경험한 것처럼 저도 선출직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에 대한 선택권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를 양육할 때 사적인 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남편과 친정엄마께 고맙고 미안합니다. 이번에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또 친정엄마 찬스를 써야 하는데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부턴 국회 직장어린이집에 보낼 것 같은데 대기 번호가 줄어들지 않아 현재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퇴근 시간이라는 것이 없어서 밤 10시까지 연장 야간보육을 한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많은 엄마가 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홍수형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홍수형 기자

다음은 용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의 추진 상황은 어떻습니까?

“논의 중입니다. 사실 출산 이슈가 있을 땐 한창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 이슈가 사라지고 나면 국회의원의 머릿속에서 지워집니다. 당장 필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평균 연령의 하한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국회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진전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3년도 여가부 예산안 통과 당시 활약이 컸습니다.

“제가 비교섭 단체 의원이라 모든 소위에 배정될 수 없기 때문에 예산과 결산 이슈에서 배제된 상황입니다. 예결산소위원회에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의견을 제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토킹 피해자 보호 예산을 많이 확충한 것과 여성 청소년들의 생리용품 지원 사업입니다. 한쪽에선 여가부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는데 여가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예산 배정함으로써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흐름이 국회 안에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국민께서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1월 25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데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여성폭력 추방이라는 것은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특정한 날을 맞아 환기돼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꾸준히 이 이슈가 다뤄지고 개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 참 아쉽고 죄송스럽습니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끊임없이 증언하고 용기를 내서 바꾸고자 했던 여성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그만큼의 진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1년 6개월 정도의 21대 국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성 청년 정치인 당사자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모욕적인 순간들도 있죠. 반말은 쉽게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저보다 큰 정당에 계신 분들이 많이 느낄 것 같습니다. 거대 정당에 계신 분들은 그 안에서 선수와 ‘지역구냐 비례냐’에 따라 위계가 크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여성 청년으로 겪는 어려움보다는 소수 정당 비교섭 의원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섭 의원으로서 소수자에 대한 이해도 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편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우리 정치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구역화하는 방식보단 보편성을 만드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것이 저와 기본소득당의 고민입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것도 어떤 누군가를 골라내고 배제하고 심사하면서 낙인찍는 기존의 사회 분배 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보장할 수 있는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의미에서 평등법처럼 우리 사회의 소수자라고 이야기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배제를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고쳐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보편성이 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현 정권에선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과제가 최근 몇 년 동안 현실화 단계로 많이 넘어오고 다른 나라보다 앞선 지자체의 구체적인 모델이 제안되기도, 실현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민께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방식의 정책이 갖는 효과를 체감했습니다. 저도 현실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논의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안들 예를 들면 세법 개정안, 토지·탄소 배당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법률안, 기본소득 공론화를 사회적으로 국가가 책임 있게 추진하는 법안 등을 준비했는데 윤석열 정부안에선 쉽지 않다는 것을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서 왜 지금 대한민국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 소득이 필요한가를 국민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신안군의 햇빛 연금 등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계획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내후년 총선 출마 계획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출마는 당연히 할 것입니다. 의원이 한 명인 작은 정당이기 때문에 재선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올해 연말에 당원 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당 체제를 정비하고 나면 내년 8월까지 총선 기본 방침을 논의해 나가는 과정이 있을 것입니다.”

-21대 국회에 남은 과제는 무엇입니까?

“거대양당 모두 ‘민생’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유행어처럼 많은 국회의원이 강조했는데 민생에 천착하는 정당으로서 국민께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것이 후반기 21대 국회 임기 동안의 목표입니다. 또 윤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끝없는 퇴행들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내놓는 정당이 있다는 것을 국민께 인지시키는 의정 활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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