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20크로네 지폐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스웨덴 20크로네 지폐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스웨덴은 총 6개의 지폐가 있다. 2015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로운 지폐를 제작할 때 등장하는 인물들의 선정하기 위해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국민여론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에서 국민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 즉 90년 정도의 현대사를 이끈 인물들을 선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선정해 달라는 의견도 강하게 표출됐다. 국왕과 역사적 인물보다는 문학, 문화, 예술 등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친 인물들을 선정하자는 안도 나왔다. 여론조사는 선호하는 인물에 대한 의견도 함께 물었다. 국민들의 다양한 희망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켄(Riksbanken)은 새롭게 디자인된 지폐에 들어갈 6명을 선정했다.

말량량이 삐삐 작가 린드그렌 등
세계적 셀럽, 지폐 등장 인물로

20크로네 지폐에는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선정했다. 20크로네 지폐 전면에 실린 린드그렌의 사진 옆에는 삐삐를 함께 그려 넣어 동화작가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린드그렌의 어린이 동화집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기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작가상이 제정되어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50크로네 지폐에는 자연과 바다를 주제로 산문, 시, 노래가사를 짓고 직접 노래한 스웨덴 국민가수 에베르트 토베가 선정됐다. 악보와 바다에 떠 있는 요트를 배경으로 한 인물사진은 자연시인이자 환경주의자였던 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전에는 작가, 화가, 작곡가, 뮤지컬감독, 전통악기 연주가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인기를 누렸던 자연예술인으로 스웨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100크로네 지폐에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선정됐다. 170cm의 키와 이모구비가 뛰어난 여배우로 유명했던 그는, 1930년대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 배우로 알려지기까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의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영화협회에서 역대 다섯 번째로 유명한 여배우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1990년 타계할 때까지 영화제나 관객과의 만남 등을 일체 갖지 않아 신비로운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200크로네 지폐에는 잉마르 베리만 영화감독이자 영화제작자가 선정됐다. 오스카감독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고 후보로도 9번이나 올랐던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영화감독으로 스웨덴의 영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칸느, 골든글로브 등 국제영화제에서 20회 이상 수상한 경력은 그의 세계적 위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영화 뿐 아니라 170개의 작품을 연극무대에 올릴 정도로 스웨덴의 연극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인물이다. 포레섬에 있는 그의 여름별장은 지금은 베리만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세계적 영화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국의 영화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500크로네의 인물에는 세계적 오페라 가수였던 비르기트 닐손이 선정됐다. 닐손은 4살 때부터 노래를 부리기 시작해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왕실오페라 가수 등의 지위에도 오르고 이태리와 미국, 그리고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오페라가수활동으로 전 세계 음악인들의 사랑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비르기트 닐손 음악상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인들을 위한 상으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등장 인물 여성·남성 각 3명씩
소프트외교의 최첨단 인물로

지폐로서는 가장 가치가 높은 1000크로네권에는 2대 유엔(UN) 총장을 역임했던 다그 함마르셸드가 선정됐다. 2차 대전 후 콩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다가 헬기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인권과 약소국독립, 그리고 국제평화를 위한 헌신이 높이 평가되어 국제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6개의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성과 여성이 3명씩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의 양성평등적 위상을 나타내기 위한 표상이기도 하다. 이전 지폐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국왕은 지폐에서 모습을 감췄고 대신 문화인과 예술인, 그리고 국제기구 활동가를 포함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산유시인이자 국민가수였던 에베르트 토베를 제하고 공통적으로 헌신했던 분야에서 세계적 셀럽의 대열에 들어가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폐는 한 국가들의 얼굴이다. 관광객들이 공항에 도착해 환전할 때 제일 먼저 접하는 것이 바로 지폐의 인물들로 소프트외교의 최첨단에 있다고 할 만하다. 지폐는 그 나라의 역사성과 국가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국가의 역동성과 문화적 우수성을 잘 대변해 주는 매체이기도 하다.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라나는 세대에게도 영감과 귀감의 대상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전자화폐와 암호화폐 등의 약진으로 지폐와 동전의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지폐는 현금자산의 중요한 수단이다. 앞으로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을 선정할 때 다른 나라의 화폐를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변화된 문화적 위상을 제대로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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