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노동'속에 담긴 여성의 힘 본다

일상 속에서 신(神)과 축제를...

<현경과 앨리스의 신(神)나는 연애>

앨리스 워커·정현경 지음/마음산책/1만1000원

“나는 한국의 여성들이, 또 세계의 여성들이 남성 혹은 여성들과 '神'나게 연애하고 사랑하게 될 그날을 꿈꾼다. 사랑 때문에 神이 태어나는 그런 사랑을 꿈꾼다.”

여성 모두 그 안에 여신의 씨를 품고 있다고 믿는 현경 교수와 앨리스 워커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국남자 알레르기 치료법은?”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추녀의 변명인가?” 등 자유로운 주제를 놓고 '神나게' 이야기들을 펼쳤다.

앨리스의 <컬러 퍼플>을 밤새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읽었다는 현경 교수는 앨리스의 열림, 떨림, 울림, 살림, 꼴림, 홀림 속에서 아마존의 원시림 같은 힘을 배웠다. 그의 작품과 삶 속에 드러나는 우주로 열린 마음, 경계 없는 사고, 거침없는 삶의 스타일, 에로틱한 감성, 매일의 일상 속에서 신과 축제를 벌이는 자유롭고 행복한 기운, 정의와 평화를 세우면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닮은꼴인 두 사람은 우리 안에 병들어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다 같이 해방되고 치유되어 온전한 양성적 인간으로 태어나는 관계, 그 관계 속에서 신성(神性)에까지 도달하는 영혼의 진보를 꿈꾼다.

연애와 결혼, 가부장 문화에서 오는 억압, 외모 콤플렉스, 물질적·정신적 독립의 중압감 등에 지쳐 있다면 두 '자유로운 영혼'이 주는 해답에 귀기울여볼 만하다. “언니가 있어서 살고 싶어” “그녀 속의 노파” “가이아의 집”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수녀” 등 두 사람의 익살스러움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시들이 함께 실려 있다.

'공순이' 언니들 투쟁으로 엮은 70, 80년대 노동운동사

<숨겨진 한국여성의 역사>

박수정 지음/아름다운사람들/1만5000원

노동자문학회 출신의 저자가 한국 여성노동운동가 다섯 명의 삶과 구술을 엮어 70, 80년대 여성노동운동사를 새로 썼다. 현 민노당 의원이기도 한 전 YH무역 노조위원장 최순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 전 원풍모방 노조부위원장 박순희, 전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회장 이철순, 전 전남제지 노조위원장 정향자가 그 주인공. 가난을 떨치기 위해 어린 생산직 노동자로 '노동한다'는 의미, 인간의 존엄성을 묻는 노동운동가로 거듭나기까지 다섯 여성노동자의 의식 변화와 투쟁, 현장 활동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도저히 해답이 내려지지 않는 가난, 눈을 씻고 봐도 그이 부모나 가난한 모든 이들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몸을 부려봐야 여전히 등딱지처럼 붙은 가난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문제는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구조에 있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966년 동일방직에 입사해 72년 한국 첫 여성 노조지부장이 된 이총각의 술회다. 그의 술회는 1500명의 직원 가운데 200명에 불과했던 남자 직원들의 침묵과 비협조, 회사와 기관의 성차별, 해고당한 뒤의 힘겨운 시간과 계속되었던 현장에서의 투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이렇듯 다섯 여성노동운동가들의 투쟁 속에는 70, 80년대 독재정권이란 시대적 상황이 함께해야 했고, 정권과 자본가와 남성 위주의 노동운동에 맞서야 했던 이들의 눈물, 청춘, 피와 땀은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큰 힘을 실어준다.

'갯살림'에 깃든 여성들의 지혜

<새만금, 그곳엔 여성들이 있다>

윤박경 지음/푸른사상/1만3000원

“조개를 캐러 여성들과 함께 가본 갯벌은 여성들의 삶의 애환과 의지로 가득 찬 삶의 현장이자, 생명의 땅 그 자체였다. 갯벌은 더 이상 추상화된 자연이 아닌, 사람과 함께 공존하며 수많은 생명들을 품고 길러내는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에코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오랜 시간 간척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지역에 머물며 그들의 삶터인 갯벌을 지키기 위해 '새만금반대운동'을 벌이는 지역 여성들의 삶을 참여 관찰했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인간을 포함한 뭇생명들을 죽이는 일로 바라보는 한편, 가족과 마을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삶터인 갯벌과 바다를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들의 생명과 삶터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갯살림'이란 단어에 함축되는데, 저자가 관찰한 바 새만금 지역에선 갯살림을 유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갯일과 가정에서 보살핌 노동이 갯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노동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갯벌을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생계/생존을 이어주는 물질적·문화적 삶터, 동반자적 관계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갯살림은 “한국 여성들의 삶에 깃든 살림의 가치와 생태적 지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삶의 방식에 다름 아니다. 여성들의 이러한 갯살림 경험이 그 어떤 당위보다 환경문제에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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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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