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태원 참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그 동안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이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 국민들로부터 강대국 인식이 사라진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입지를 높여주고 있다. 

미국의 잇단 한국 발목잡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경고,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한국의 입지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역량은 또 한차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유엔 등 지금까지 두 차례의 다자외교의 장에서 외교참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윤석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동맹 한국 발목잡는 미국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국은 윤석열 정부들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최근에 준 타격은 폴란드 정부가 발주한 400억 달러(50조원) 규모의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주 직전까지 갔다고 장담했던 폴란드 원전 건설사업에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자국 법원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이기 때문에 수출 과정에서 미국 에너지부 등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폴란드 뿐만아니라 체코 등 다른 나라의 원전수출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폴란드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쟁취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현지 민간 발전사 제팍(ZE PAK) 등과 맺은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개발계획 의향서(LOI)를 맺었지만 민간기업들간의 의향서 교환으로 원전 건설이 현실화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에 이어 원전사업까지 윤석열 정부가 주력으로 키우기로 한 산업에 대해 타격을 가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조항을 담은 IRA 시행과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고려하겠지만 "법에 나온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한국을 따돌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컨퍼런스에서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군축협상은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다음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 용어에서부터 온도차가 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 북한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과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은 양자회담을 갖는다. 

◆ 한국의 중국 거리두기...중국의 보복적 접근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멀리하는 대신 미국, 일본과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참석한 윤 대통령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지난 20년간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수석은 유럽 시장 등으로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월 26일 국회답변에서 "중국 경제가 거의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을 경제하려는 미국의 여러 움직임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이른바 칩4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이 함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으로 절대권력자가 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때 고고도미사일(TTHAD) 배치 문제로 겪어온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중국 거리두기가 표면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중국 거리두기에 중국은 북한 문제를 놓고 보복적 접근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억제 움직임에 대해 비협조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축하하는서한을 보냈다. 대통령실은 "서한에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시 주석과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마주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공식 회담 관련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한국에 공개 경고한 푸틴...북한과 핵 협력 으름장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친절한 마음에서 나오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결정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 분야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출근길문답에서 "국제사외와 연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했지만 살상무기 공급은 안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도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 지원과 비무기체계 군수물자 위주의 지원을 시행해 왔다"며 해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어떤 근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수출을 주장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가장 민감한 문제인 북한의 핵을 연결지어 경고했다는 점은 뜬금없기는 하지만 그냥 지나칠수 만은 없는 일이다.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윤 대통령에게 항복문서 요구하는 일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일본이 강대국이라는 인식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지난 2019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조치로 한국을 제압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내부로부터 이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아사히신문은 2021년 7월 3일 ‘3년째 우책의 극치’라는 제목의 기명(하코다 데쓰야)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2년 전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은 문제투성이의 악수였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윤석열 정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회담을 간청하고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일제 강제동원의 해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6일 한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 문제의 해법으로 패소한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한국의 재단이 대신 내는 방안에 대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에 대해 재단에 자금 거출(갹출)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에 매달리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마치 항복문서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 생각은 일본이 강대국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정부의 판단은 일본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친일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까지 우리 군함을 보내는 등 정성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항할 아시아국가로 일본을 상정하고 한국은 일본의 조력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는 징후가 여러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잘 순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15~16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한미일 정상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국격을 높일 것인지 아니면 초라한 실적을 남길 것인지 또다시 외교역량를 평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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