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자의 대모’ 김익영 개인전 ‘보(簠)와 궤(簋)’
12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
대표작과 신작 총 30여 점

토전 김익영, 보1, 2022, 17H x 27 x 23 ⓒ갤러리밈 제공
토전 김익영, 보1, 2022, 17H x 27 x 23 ⓒ갤러리밈 제공
토전 김익영, 궤3, 2022, 20.2H x 17.5 x 17.5 ⓒ갤러리밈 제공
토전 김익영, 궤3, 2022, 20.2H x 17.5 x 17.5 ⓒ갤러리밈 제공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밈은 2일부터 12월 18일까지 토전 김익영(88) 작가의 개인전 ‘보(簠)와 궤(簋)’를 연다. 대표작과 신작 총 30여 점을 모았다.

‘현대도자의 대모’ 김익영은 조선백자의 현대화를 이룬 1세대 작가다. 이번 전시에선 조선시대 ‘제의기(祭儀器)’를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제사 때 쓰이는 청동 그릇, 놋그릇인 ‘보(簠, 네모 모양의 제기)’와 ‘궤(簋, 둥근 모양의 제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면 깎기’ 기법으로 마감했다.

면 깎기(면치기)는 김익영 작가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다. 선조들의 친근한 일상 기물이었던 백자를 현대의 생활 전반에 배어들도록 하고자 고안했다. 다양한 크기와 섬세한 기울기로 깎이고 다듬어진 면은 빛의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깊이의 명암을 만든다. 고요하고 맑은 순백의 백자에 조용한 리듬감과 움직임을 주려는 의도다.

김익영 작가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수반(물그릇), 푼주(윗부분이 넓고 밑은 좁은 그릇), 합(떡이나 밥, 그 밖의 음식을 담는 둥글넓적한 그릇) 한국 고유의 일상 기물을 본따고, 원래 쓰임새 등 대상의 본질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재해석한다. 그는 “전통은 옛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도자의 옛 정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영 작가의 대표작 ‘오각의 변주’(도자 의자) ⓒ갤러리밈 제공
김익영 작가의 대표작 ‘오각의 변주’(도자 의자) ⓒ갤러리밈 제공

전시에선 그의 대표작 ‘오각의 변주’(도자 의자)도 볼 수 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면과 면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13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였을 당시 “한국예술의 아름다움을 현대도자예술로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 이 작품 시리즈 중 ‘오각의 합주’가 설치돼 있다.

갤러리밈 측은 “젊은 세대들도 김익영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원형을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미술사학자 양정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김익영 작가는 항상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한국적인 조형세계를 확립했고, 독자적인 도자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김익영 작가는 서울공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 알프레드 대학원에서 도자를 연구했다. 귀국해 국립박물관 미술과 학예연구원, 덕성여대 생활미술학과 전임교수, 국민대 조형대학 공예미술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대 명예교수이자 우일요 개발 담당 고문을 맡고 있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선정 ‘올해의 작가’전 외에도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시애틀 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 영국 대영 박물관과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등 전 세계 25개 미술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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