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반려동물 문화축제 ⓒ뉴시스·여성신문
대전 반려동물 문화축제 ⓒ뉴시스·여성신문
'2022 달서 반려가족 희망나눔 축제 ⓒ뉴시스·여성신문
'2022 달서 반려가족 희망나눔 축제 ⓒ뉴시스·여성신문

가을이 왔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에 절로 기분 좋아지고, 높고 파란 하늘만 바라봐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여기저기서 각종 야외 행사가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전국 곳곳의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동반 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포털 사이트에 ‘반려동물 축제’ 키워드만 쳐도 어느 지역에서 반려동물 동반 축제가 열린다는 기사가 주르륵 검색된다.

국민 네 명 중에 한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시대인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지금 축제를 할 때가 맞나’ 싶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가 담당하는 수많은 동물 보호 사업 중 상당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수많은 동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축제’라는 단어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동물자유연대가 발표한 반려동물 영업 관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수입된 반려동물 수보다 판매된 수가 매년 4-5만 마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산 사람은 있는데 새로 태어나거나 해외에서 들여온 동물은 없다는 소리다. 번식 또는 수입되는 동물의 수보다 판매되는 동물의 수가 매년 수만 마리나 더 많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원인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불법생산업으로부터 동물이 유입되거나 영업자가 허위로 실적을 보고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두 가지 모두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

2016년 소위 ‘강아지 공장’이라 이름 붙은 동물 번식장의 실태가 방송되며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번식업자들은 개들에게서 강제로 정액을 빼내어 인공수정을 시키고, 수의사 자격도 없이 개의 배를 갈라 제왕절개를 했다. 동물 번식장은 생명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였지만, 정작 그곳에 생명으로서 대우받는 동물은 없었다. 방송을 통해 파장이 일면서 그때까지 등록제였던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하도록 법이 개정되었고 시설이나 준수사항 등도 다소 강화되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자료에 의하면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번식업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번식장에서 동물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폭력과 착취의 실태가 사회 전반에 걸쳐 충분히 알려졌다.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에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시민들이 동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생명권에 대한 의식 수준이 향상됐다. 그럼에도 동물 보호 정책의 주체인 지자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에 비해 동물보호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라는 건 안다. 다수의 지자체에서는 동물보호 담당자가 축산업 등 다른 업무도 함께 맡고 있어 담당자의 고충이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상황만을 핑계 삼기에는 기본적인 관리·감독 업무마저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고, 이는 고스란히 동물의 피해로 돌아온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2023년부터는 동물생산업뿐 아니라 동물판매업까지 허가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부족하나마 이만큼 이루어진 변화는 많은 이들이 생명은 수단이 아니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다. 그러나 아무리 법이 개정을 거듭하고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가 손을 놓고 있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무의미할 뿐이다. 강화된 법과 제도가 일선에서 제대로 시행되어 동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의 능동적인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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