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강요된 침묵, 기독교 안의 동성애… 입을 떼다' 강연회 개최

종교사 안의 동성애, 성서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하게 논의돼

최근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억압해 온 기독교 안에서 성적 소수자 인권을 둘러싼 주장이 젊은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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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는 300여 명의 학생, 일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이하 한기연) 주최로 '강요된 침묵, 기독교 안의 동성애… 입을 떼다'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열렸다.

▲한기연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무대를 장식한 무지개 깃발.

김윤성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발제 '종교사의 관점으로 바라본 동성애'를 통해 “종교사에는 동성애를 윤리적 죄악으로 보는 태도에서부터 영적 추구의 수단으로 보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동성애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이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3대 유일신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지배해온 전통적인 서양과 아랍 세계, 이들이 정착한 비서구 사회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의 동성애는 윤리적 죄악으로 취급된 반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아랍, 인도에서 남자 어른이 소년을 성적 파트너로 취하고 그의 정신적 후견인이 되는 장유(長幼) 관계의 동성애는 영적 추구의 수단으로 간주됐다.

종교 내 여성억압, 소수자 억압의 문제에 관심 가져 온 김 연구위원은 동성애가 비교적 관습적으로 용인되다 단죄되기 시작한 것은 중세 말기부터이며, 단죄가 지배화된 것은 근대 이후부터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단죄의 주요 기제가 종교적이기보다는 정치적, 의학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기독교계 전반에서 기독교의 동성애혐오 역사를 재평가하고 경전을 재해석하며 게이·레즈비언 커플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고 게이 사제가 서품을 받고 주교가 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서양 종교의 동성애 단죄는 기독교 세계 전반의 보편적인 특성이 아니라 특정 시대, 집단, 지역에 국한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일찍이 기독교를 빌미로 동성애가 죄악으로 단죄되고 동성애자들이 투옥, 화형당하는 등 오랜 희생과 고통의 역사가 있었다. 근대 이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는 동성애 금지법이 존속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서구의 이러한 역사가 오히려 성적 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결집해 해방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거름이 되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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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위원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유교와 기독교가 혼합된 상황에 있는 우리(일반과 이반)에게 성적 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담론과 실천 전략은 서구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 정체성을 가진 신부를 소재로 한 영화 <프리스트>.

다양함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존재-고난-부활-화합'이란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 '공명'으로 막을 올린 이번 강연회는 성적 소수자 문제에 관심 가진 젊은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첫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1992년 출범한 한기연은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중 동성애 삭제권고결정에 반박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성명이 있은 후 가톨릭 신자이자 동인련(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였던 육우당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기독교 내 성적 소수자 활동에 적극 동참해왔다. 이번 강연회는 이러한 활동 선상에 놓이며, 한기연 측은 “동성애에 대해 논쟁조차 되지 않은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는 마음으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독교의 복음이 가는 곳에 모든 차별과 억압이 깨어져 나가야 하며 그러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교회운동이다”고 말한 김경호 목사의 말처럼 강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성적 소수자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억압받고 차별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독교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언론인 홍세화씨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가톨릭이 64%인 프랑스에선 동성애에 대해 이미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성원들의 이성애의 성숙을 말해준다”면서 “정상, 비정상의 문제를 떠나 성적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탤런트 홍석천씨 또한 “내가 커밍아웃한 이후 가장 심하게 방송 출연을 저지하고 나를 비난했던 사람들의 80%가 기독교인이었다”면서 “기독교 안에 새로운 물결이 흐르는 발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3시간 가량 진행된 강연회는 믿음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는, 기독교 안의 불합리함에 반기를 들고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려는 젊은 기독교인과 성적 소수자들의 열기로 내내 뜨거웠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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