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혁의 세계는 지금]
한 달 넘긴 이란 반정부시위
SNS로 정부 통제 뛰어넘어

이란 북서부 아다빌의 셰드 고등학교 학생인 아스라 피나히는 집회에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보안군에게 폭행당해 숨진 아스라 피나히(15). 국제엠네스티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이 14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이란 북서부 아다빌의 셰드 고등학교 학생인 아스라 피나히는 집회에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보안군에게 폭행당해 숨진 아스라 피나히(15). 국제엠네스티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이 140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15세 여학생이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이란 보안군에게 구타당한 후 숨졌다. 친정부 집회 참여를 강요당했던 이란 북서부 아다빌의 셰드 고등학교 학생인 아스라 피나히는 집회에서 반정부 구호를 외치다 보안군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지난 20일에는 17세 남학생 아볼파즐 아디네자데흐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어린이를 포함해 소년, 어른까지 희생자가 늘고 있으나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한달을 훌쩍 넘겨 이전의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사 아미니 의문사 이후 시위 전국 확산
엠네스티 “이란 보안군에 의해 144명 사망”

ⓒ1500tasvir_en 트위터
ⓒ1500tasvir_en 트위터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이 구호를 외친다.

BBC는 구호를 외치는 짧은 영상들이 온라인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시위대는 사회관계망(SNS)에 시위 영상이나 사진을 퍼나르며 시위대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가 종교경찰에 구금됐다가 의문사 한 이후 한달 넘게 이어진 이란의 반정부 시위 대열이 꺾이지 않고 있다. 사망자와 체포된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9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란 보안군에 의해 사망한 이들은 총 144명이며, 이중 16%가 어린이로 추정했다. 10월 20~3일 살해된 어린이는 최소 23명으로 기록했다. CNN은 독자적으로는 사망자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통신(HRANA)은 어린이를 포함한 244명이 숨졌으며 1만25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인스타·틱톡으로 통제 벗어나 
현장 상황 전세계로 생생하게 전달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사망한 여성의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란 테헤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Rana Rahimpour 트위터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사망한 여성의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이란 테헤란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 초기에 트위터를 통해 알려진 현장ⓒRana Rahimpour 트위터

이번 시위는 대통령 선거 때 부정이 자행됐다고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 동안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던 지난 2009년과 다르다.

이란 보안군의 유혈진압으로 희생자가 계속 늘고 있으나 통제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여성들이 히잡을 불태우며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노동자들까지 시위에 동참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가 올해처럼 광범위하고 긴 기간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독엘 베를린에서 8만명이 연대시위를 했으며 미국 로스엘젤레스, 워싱턴DC, 한국에 있는 이란인들도 연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 당국은 시위를 통제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물리력보다 훨씬 빠른 SNS를 통해 이란 내부 뿐만아니라 전세계로 현장 상황이 알려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나 지난 주말에만 여러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영상들이 SNS에 올라왔다. BBC에 따르면 마사 아미니 사망 후 그 이름을 담은 해시태그(#mahsaamini)는 9월 12일~10월 12일 한 달 동안 페르시아어로 2억5200만 번, 영어로 5700만 번 트윗·리트윗됐다.

시위대가 민족과 계층을 아우를 수 있었던 근저에는 이란의 경제적 혼란과 이를 해결하지 못한 지도층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미국이 제재를 재개한 뒤 이란의 화폐 가치는 하락하고 소득 불평등은 악화됐으며 중산층이 몰락하고 물가가 급등한 것도 시위을 촉발시킨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인터넷을 차단하고 SNS 플랫폼을 막으려는 이란 정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인스타그램·틱톡 등 플랫폼이 현재 시위의 물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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