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다우닝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각) 런던의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부자감세와 대책없는 이른바 미니예산으로 역풍을 맞아 44일만에 물러나기로 했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트러스 총리는 부자감세를 철회한 뒤 BBC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임을 택했다.

트러스 총리는 1827년 병으로 사망하면서 119일만 재임했던 조지 캐닝 전 총리보다 더 짧은 최단명 총리가 됐다.

이로써 지난 7월 7일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수습될 것 같았던 영국 정치권과 집권 보수당의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보수당은 새 총리를 맡을 차기 당대표 선출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일주일내로 당선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이날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러스 총리는 다음 주 후임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내각제인 영국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트러스 총리는 "경제와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았고 가정과 기업들은 청구서를 어떻게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해왔다"고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불법 전쟁은 우리 대륙 전체의 안보를 위협했다"며 안보 상황도 설명했다.

트러스 총리는 "나는 이런 상황을 바꿀 권한을 갖고 보수당에 의해 총리직에 선출됐다"며 "우리 당은 에너지 요금과 국민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고 브렉시트 이후 저세금 고성장 경제를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했다.

'제2의 대처'를 꿈꿔온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취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국장을 마친 9월 22~23일 약 450억 파운드가 투입될 감세정책 미니예산을 발표했다가 재정 불안 우려로 파운드화 폭락 사태를 겪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영란은행의 통화긴축 기조와도 조화되지 못하는 '부적절한' 재정정책이란 혹평을 샀다.

이후 쿼지 콰텡 초대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헌트 장관을 새로 임명,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하는 정책 '유턴'을 했지만 보수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차기 총리에 오를 보수당 새 당대표 당선자는 이르면 오는 24일, 늦어도 28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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