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고공행진 전망…초절전 제품 잘 팔려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 시대가 도래해 가뜩이나 막막한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이라크 사태 등 중동불안으로 야기된 고유가는 한때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선을 웃돌며 국내 경제에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 소비자 경제를 크게 위축시켰다.

그러나 산업계에 따르면, 유가 고공행진으로 타격을 크게 받은 업종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가상승의 여파를 덜 받거나 오히려 영업환경이 유리해진 업종 사이에 명암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유가불안이 지속되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원유나 석유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정유업계다. 주유소나 정유사는 최근까지 유가가 연일 치솟으며 소비가 위축된 영향으로 상반기 매출이 약 0.7% 감소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내수 판매가를 다소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자동차업계도 고스란히 여파를 겪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휘발유가가 1300원대를 넘어섰던 지난 5월 휘발유차 등록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감소세를 보인 반면, 경유차와 LPG 차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게다가 상반기 동안 전반적인 내수판매는 24.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많이 들어가는 휘발유차 소유뿐 아니라 자동차 운행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주요 업종의 2004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고유가와 원자재 수급, 내수 위축 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은 건설, 철강, 섬유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종들은 유가불안이나 원자재수급 불균형 등 악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하반기에도 업황이 개선되지 못할 전망이다.

반면 자동차 손해보험사나 유전 등 일부 해외 에너지 개발업체들은 고유가로 오히려 덕을 보게 됐다.

소비자들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해 교통사고 횟수가 줄어들면서 보험금 지급 액수가 줄어든 손해 보험사들이 늘어난 것. 삼성화재, LG화재 등 대형 손보사뿐 아니라 그린화재 등 중소형 손보사들도 유가급등이 손해율 하락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수긍했다.

또, 정부가 고유가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 투자 유도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일부 해외 유전개발업체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한편, 해외 에너지생산 광구에 투자한 일부 업체들은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 자원개발 관련 배당수익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라는 외부요인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다소 암울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당장 에너지 절약이 최선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대기전력을 사용한 고효율에너지 제품과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제품부터 충전용 건전지, 멀티탭, 절수기, 절전형 삼파장 형광등 등 생활 속의 각종 절전제품이 큰 인기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모든 주유소에서 이용 가능한 주유 할인카드를 쓰거나 인터넷 주유가격 사이트(http://www.oilpricewatch.com)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조건의 주유소를 일일이 찾아보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오순구 박사는 “중동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두바이유 가격이 당분간 배럴당 32∼33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이외에는 당장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윤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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