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지난주 중국과 호주에서 열린 한국 경제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관심의 초점은 경기 침체를 어떻게 벗어날까 하는 점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지금 경제적으로 붐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가 늘고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 활동도 활발해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중국은 경제가 좋다 못해 과열기미를 보이며,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경제는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투자도 뒷걸음질을 치고 있으며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이 계속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금년에 들어서는 38%에 달하는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제수지 흑자가 늘어나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한 달러 보유고가 이제는 1600억 달러를 넘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전통적으로 수출이 잘되면 경제 전체가 살아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수출이 늘어나면 공장의 생산 활동이 활발하고 이에 따라 기계와 설비에 대한 수요가 촉발되어 투자가 늘고, 수출에 의해 벌어들인 돈을 쓰는 과정에서 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파급효과가 있었다. 사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수출의 내수에 대한 파급효과를 기대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년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지난 18일 경제정책의 책임을 지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동시에 그 동안의 낙관적인 자세를 접고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지 모른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는 뜻이다.

수출 실적은 좋으나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철강 조선 등 몇몇 품목에 한정되어 있고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기대했던 소비심리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유가, 중국의 긴축, 미국의 금리인상 등 해외 악재가 우리경제의 회복을 더욱 억누르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이 겪은 것과 같은 10년이 넘는 장기불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정부는 불황 타개를 위하여 4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기로 했다.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라도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의도인데, 다른 나라에서도 경기진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구조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를 줄여야 하며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체제에 맞게 외국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기보다 국내에서 활동하기가 편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기업가들과 소비자들의 심리도 중요한 몫을 한다. 정치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기업가들이 공장을 돌리거나 회사를 유지하는 데에 대한 확신이 줄어 투자를 기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도 많이 있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의욕을 북돋우는 정책을 펼쳐 나가고 국민들은 지나친 주장이나 행동을 자제해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우리 경제가 빨리 회복하고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가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