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소구간 20% 유지..부동산 관련 혜택 등 취소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런던=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영국 보수당 리즈 트러스 내각의 새 재무장관이 된 제러미 헌트 의원은 취임 사흘 만인 17일 전임 재무장관과 트러스 총리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안' 대부분을 취소시켰다.

헌트 재무장관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정부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지만 공공 재정에 관한 명확성을 줄 수 있다면서 감세안 주요 조항의 철회를 발표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정부의 핵심 경제안을 번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미니 예산'을 편성하고 철회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트러스 총리는 BBC에 ""나는 책임을 받아들이고 실수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의 한달간의 총리직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실수가 섞였다면"면서도 다음 총선때가지 토리당(보수당)을 이끌어 나갈 것임도 밝혔다. 

헌트 장관은 소득세 최저구간 세율을 19%로 내리는 안을 취소해 현행 20%로 무기한 확정시키고 가계의 에너지 부담이 평균 연 2500파운드가 되도록 2년 동안 정부 지원을 통해 실시하려던 에너지비 동결을 내년 4월까지 단 6개월로 축소했다.

국민보험료 인하 및 부동산 최초구입자의 취등록세 면제 안 등을 모두 없는 것으로 했다.

트러스 총리와 전임 콰시 콰르텡 장관이 내놓았던 '세금는 덜 내고 정부지원은 더 받는' 언듯 국민들에게 좋은 조치를 의회 법제화 전에 무효로 한 것이다. 

9월 6일 취임했던 트러스 총리는 콰르텡 재무장관과 함께 9월23일 정식 예산안 구성도 없이 '미니 예산안' 형식으로 경제성장안을 발표했는데 연 450억 파운드(73조원)의 감세가 핵심이었다.

금융시장은 다른 예산지출 삭감도 없고 세수 보충을 위한 증세도 전혀 없는 감세 예산안은 결국 대규모 신규 국채발행으로 이어지고 이는 9.9%인 인플레를 다시 급격히 올려버릴 것으로 보고 영국 자산 '싸게 정리하기'에 나섰다.

파운드화가 1달러 당 1.1달러에서 1.03달러까지 가치 폭락했고 국채 가격 역시 30년 만기물 수익률 5%대 등으로 급락했다. 영국은행이 국채 무기한 매입으로 진정되는 듯 했으나 근본적인 정부 불신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IMF 등 국제기구와 미국 정부가 외교적 완곡어법을 넘어 직설적으로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잘못된 것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투자 여력이 있는 부자와 기업 감세로 높은 성장률을 유인한다는 '낙수이론'을 신봉한 트러스 총리였지만 결국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45% 폐지를 취소했으며 14일 법인세를 25%에서 19%로 내린다는 안도 포기했다.

막역지기인 콰르텡 의원을 재무장관 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총리 경선에서 라이벌 리시 수낙 전재무장관을 밀었건 제리미 헌트 전외무장관을 전격 기용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감세안 취소로 다시 연 320억 파운드(52조원)의 세금이 걷힐 것이며 에너지비 보조를 대폭 줄이면서 재정 적자가 크게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비 보조를 원안대로 할 경우 연 600억 파운드(97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헌트 장관의 과감한 번복과 취소로 영국 금융시장과 파운드화는 안정을 찾을 수도 있지만 야심찬 미니 예산의 골간이 거의 모두 뜯겨지고 무너져버린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위치는 한층 불안정하고 취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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