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과학]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월경 이상 반응을 겪는 여성들이 늘자, 각국 정부와 연구자들은 뒤늦게 조사에 나섰고, 백신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Shutterstock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월경 이상 반응을 겪는 여성들이 늘자, 각국 정부와 연구자들은 뒤늦게 조사에 나섰고, 백신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Shutterstock

“여성의 생리 주기는 전염병이나 백신 접종 이상 반응에서 그동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 코로나19와 그 백신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더 이상 여성의 몸을 데이터에서 지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가 뉴욕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2020년 1월을 되짚어 보면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의 출현은 더 이상 우리에게 큰 공포로 다가오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백신을 접종했고,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감염됐으며, 이제 중증 환자를 감당할 만한 치료제 등 의료 체계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너도나도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이제 학회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마스크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의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다”라고 이야기했다.

과연 코로나19는 우리가 감당할 만한, 꽤 잘 아는 질병이 되었을까?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이 시작되면서 미국은 백신 이상 증상을 보고하는 V-Safe라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미국은 1990년부터 자국에서 실시한 모든 백신 접종 이상 반응을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VAERS)을 운영하고 있다. 미 질병관리예방센터(CDC)와 식품의학안전청(FDA)이 공동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V-Safe는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을 입력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미국, 영국,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SNS를 통해서 생각지 못한 이상 반응에 대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가임기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달라지거나 부정출혈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평균 28일 간격으로 생리를 한다고 알려졌지만 어떤 사람들의 주기는 더 짧기도, 어떤 사람들은 더 길기도 하다. 출혈 시간도 평균 5~7일이라지만 훨씬 더 길게 하는 사람, 더 짧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개인차가 크다. 늘 일정한 주기로 생리를 하던 사람들도 건강 상태, 스트레스를 포함한 감정의 기복, 외부 환경 등에 의해서 간혹 급격한 변화를 겪기도 한다.

문제는 여성의 생리 주기는 전염병이나 백신 접종 이상 반응에서 그동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백신의 개발 과정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성별과 연령 등으로 나눠 피험자를 모집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개발됐기에 되도록 다양한 피험자를 필요로 했다. 특히나 미국의 경우 백신과 보건 당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지닌 흑인들을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많은 노력을 했다. 피부색, 생활환경, 거주 지역도 백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피험자 분류에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논문 어디에도 여성의 생리 주기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V-Safe에 여성의 생리주기 변화와 부정출혈에 대한 보고가 지속적으로 올라오자, 미국 보건원이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9월 발표된 논문은 생리 주기를 입력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백신 접종 기록을 추가해 후향적으로 코호트 분석을 한 결과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의 일시적인 증가가 하루 미만으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으며, 다음 생리 주기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약 4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약 42%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량이 늘어났다고 보고했고, 특히 장기 피임을 하거나 폐경 이후의 여성들 중 66%가 돌발성 출혈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생리 주기 변화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의 생리 주기와 부정출혈에 대한 데이터도 필요한데,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에도 백신 접종과 비슷하게 생리 주기의 변화와 부정출혈이 있다고 한다. 물론 백신 이상 반응보다 데이터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하기 힘들다. 또 생리 주기의 변화는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염려, 원격근무, 가사와 돌봄 노동의 증가 및 지인들의 사망 등 수많은 원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충분히 수집할 수 있었던 데이터를 지웠던 대가는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SNS를 통해 개개인의 경험이 모이고 모여 어느 순간 ‘백신이 불임을 일으킨다’는 비과학적 소문을 낳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부터, 혹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부터 왜 우리는 여성의 생리 주기라는, 가임기 여성 누구나 민감하고 신경을 쓰는 증상에 대한 질문 하나를 던지지 못했을까?

코로나19만이 인류가 겪을 팬데믹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우리의 삶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여러 전염병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그 백신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더 이상 여성의 몸을 데이터에서 지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절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약 5조명의 절반, 코로나19에 감염된 6억명의 절반이 가진 데이터를 모으는 일, 당연하지만 지워버렸던 그 데이터를 지켜야 할 때이다.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문성실 박사 제공
문성실 미생물학 박사 ⓒ문성실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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