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임신중지 관련 국정감사 현안에 대한 입장’ 논평

8월 17일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 막는 현실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임넷.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8월 17일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가로 막는 현실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모임넷.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1년 1월 1일부로 임신중지를 죄로 다스리는 법적 실효가 없어진 것. 그러나 여전히 임신중지가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어 문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은 13일 ‘임신중지 관련 국정감사 현안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선 임신중지가 완전히 비범죄화 된 지 2년이 돼 가는데도 모자보건법 14조를 기준으로 ‘합법적’ 임신중지와 ‘불법적’ 임신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보도자료를 냈고 이를 많은 언론에서 그래도 보도해 현 상황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 14조, 합법과 불법 가르는 기준 아냐”

모임넷은 “모자보건법 14조는 현재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라며 “신현영 의원실과 일부 언론은 혼란을 일으키는 잘못된 내용을 반드시 정정하라”고 규탄했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수술 매년 감소 추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신중지가 여전히 모자보건법 14조의 한계에 머물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합법적’ 임신중지의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합법적·불법적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시행되는 현황을 올바로 파악하고 정확한 원인분석을 통해 안전한 수술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2021년 1월 1일 이후로 한국에서 ‘낙태죄’의 법적 실효는 사라졌고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 행위가 아니다.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와 연동됐던 모자보건법 제14조의 합법적 임신중지에 관한 허용 요건 또한 현재는 그 이상의 범위에서 수술이 이뤄지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임신중지 수술이 허용되는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①본인·배우자가 유전학적 장애가 있는 경우 ②본인·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③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④혈족·인척 간 임신된 경우 ⑤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다.

모임넷은 “현재 모자보건법 14조의 사유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의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이미 해당 조항이 실효성을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지 않고 있는 보건당국의 무책임으로 인한 문제이지 ‘합법’이나 ‘불법’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신현영 의원실은 관련 보도자료에서 현재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임신중지를 ‘불법’ 임신중지라고 언급함으로써 현 상황을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처벌에 대한 걱정 없이 이른 시기에 병원을 찾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권리를 취약해지게 만들어 정보와 상담, 시술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며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모자보건법 14조를 이유로 들며 마치 불법인 일을 해주는 것처럼 불안을 조성하고 환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일부 병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신현영 의원실의 이와 같은 보도자료와 이를 그대로 받아 쓴 일부 언론은 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드시 사실관계를 정정해 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안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 위해 책임 다하라”

모임넷은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입법 핑계 대지 말고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의 공식 도입을 비롯하여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은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할 일이 아니며, 형법상 ‘낙태의 죄’의 실효가 사라진 직후부터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추진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 국회에서 추진돼야 하는 입법 논의는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새로운 입법 체계를 만드는 일일 뿐, 새로운 ‘합법’과 ‘불법’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입법 핑계 대지 말고 안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책임을 다하라”며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식약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부처와 기관에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고 실행을 촉구하라. 아울러 국회 역시 책임있게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새로운 입법 체계를 구축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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