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토킹 보고서 ②]
수사·사법 절차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겪는 일들
“성소수자 피해자, 수사 중 혐오발언 노출”

ⓒ이세아 기자
ⓒ이세아 기자

범죄 피해를 겪어도 ‘아웃팅’ 위험 때문에 신고할 엄두조차 못 내는 성소수자들이 적지 않다. 게이인 김진호(가명·30대)씨도 그렇다. 동성에게 2년간 스토킹, 폭행, 강제추행 등을 겪었지만 한 번도 신고하지 못했다. 

진호씨는 경찰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생활을 보호해줄 거라고 믿지 않는다. “피해자가 성소수자라고 수사 과정에서 혐오발언을 듣는 사례도 많고요. 스토킹피해자보호법을 만들 때 이렇게 다층적이고 복잡한 피해자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토커와는 2019년 12월 온라인 채팅으로 만났다. 두어 번 실제로 만난 후 연락하지 않았는데, 얼마 뒤 진호씨가 일하는 가게에 스토커가 나타났다. SNS 게시물, 댓글 등을 보고 찾아낸 것이다. “친한 형” 인 척 가게 직원에게 진호씨의 개인 연락처도 알아냈다. “보고싶다”, “왜 연락 안 해?”, “왜 날 피해?” 같은 문자메시지를 수십 통 보냈다. 진호씨를 미행해 사는 곳을 알아내고, 집에 들어가는 진호씨의 사진을 찍어 “오늘 옷차림 멋지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참다못한 진호씨는 스토커에게 항의했다. 스토커는 오히려 욕설을 퍼부으며 깨진 유리병으로 진호씨를 위협했다. 시민의 신고로 경찰관이 왔다. 스토커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조성’ 통고처분을 받아 벌금 10만원을 냈다. 며칠 뒤 스토커는 귀가하는 진호씨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고 발길질했다. 그러더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며 진호씨를 억지로 껴안고 추행했다.

“제가 덩치도 있고 운동을 오래 해서 제 한 몸 지킬 힘은 있거든요. 그런데 (스토커는) 저처럼 덩치 큰 남자니까 이놈이 작정하면 나를 해칠 수 있겠구나, 제 집 주소도 알고.... 점점 섬뜩해요.”

진호씨는 스토커가 두려워서 반년째 전셋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친구 집에서 지내면서 혼자 다닐 때는 CCTV가 설치된 길이나 대로로만 다닌다. 안전을 위해 계획에 없던 중고차도 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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