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언론 보도 관려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언론 보도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신당역 사건 피해자 유가족 측이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출처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 측이 20일 오후 6시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렸다.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는 “피해자분께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분께서는 생전에 아무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고, 이 일로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염려했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그런데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초기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로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며 “유족분들이 게시를 원하지 않는 기사에 대해 기사 삭제 요청을 해도 내부 절차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 재판 비공개 및 방청 금지 신청, 판결문 비공개 신청을 했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제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범죄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출처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 그렇기에 본질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취재의 기회가 있더라도 취재 및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 취재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취재가 이뤄진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전주환(31) 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여자 역무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는 A씨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 유족 측 입장문 전문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입니다. 제가 이 글을 발표하는 이유는 오롯이 피해자분의 명예를 위함입니다.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사건에 대한 평가를 접하면서 입장 발표의 필요성을 느껴 유족분들의 동의를 받아 입장을 발표합니다.

저는 피해자 분과 사건 당일 오전까지 연락을 주고 받았고 이 사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지금 상황에서 피해자 분이 무엇을 가장 원하실지'였습니다. 두번째는 '유족 분들이 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 분께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었습니다. 더이상 범죄 피해 속에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였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온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며 탄원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도 적극적으로 경찰 수사관님과도 소통했습니다. 피해자 분이 마지막으로 작성한 탄원서에도 "누구보다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가, 합의 없이 오늘까지 버틴 것은 판사님께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히는 강하고 용기 있는 분이었습니다. 피해자 분께서는 생전에 아무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고 이 일로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염려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분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초기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로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유족분들에 뜻에 따라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저는 언론인터뷰를 계속 했지만 기사는 저의 의도와 달랐습니다.

유족 분들이 게시를 원하지 않는 기사에 대해 삭제 요청을 하면 내부 절차 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족들을 위해 작성하는 기사일텐데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삭제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때로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 인터뷰가 수사권 등 누군가의 정치적 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등 고인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이용되는 것 같아 더욱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길 바랍니다. 

법원에 재판 비공개 및 방청금지 신청, 판결문 비공개 신청을 했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제 공식적 방법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처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선 보도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기존에 공개된 사실관계가 누군가의 정치적 담론의 근거가 되도록 해석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의자에게 2년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 이외 모든 것은 부차적입니다. 그렇기에 본질 아닌 것들에 대해선 취재의 기회가 있더라도 취재 및 보도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더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이는 곧 남아있는 유족분들의 슬픔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보도, 취재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취재가 이뤄진다면 이에 대해선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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