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교수ㆍ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 대담
‘한국과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15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_________가 '한국과 스웨덴 민주주의를 말하다' 주제로 유투브 촬영을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오른쪽)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 컨퍼런스룸에서 '한국과 스웨덴 민주주의를 말하다'란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가운데 민주주의와 성평등 가치 또한 흔들리고 있다.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에 여성신문TV는 ‘한국과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말하다’란 주제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촬영은 9월 15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 컨퍼런스룸 내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김 교수와 최 교수가 먼저 주목한 건 한국과 스웨덴의 정권교체였다. 한국은 지난 3월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정권을 탈환했고, 스웨덴도 지난 9월 11일 전체 349석 가운데 우파 정당 연합(온건당·스웨덴민주당·기독민주당·자유당)이 176석을 확보해 안데르손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주도의 좌파 정당 연합(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중도당) 173석보다 3석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지난해 100년만에 첫 여성 총리가 됐던 막달레나 안데르손은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권교체 상황과 성평등 정책 기조 변화를 요약하며 스웨덴의 상황을 물으며, 대담을 시작했다. 최 교수는 스웨덴의 정권교체가 곧 성평등‧복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일자리 회복을 위한 복지가 곧 성평등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한국과 스웨덴을 막론하고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소외되는 경우는 여성인 경우가 많으므로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오는 위주의 복지 정책을 실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평등 정책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김형준 교수와 최연혁 교수의 대담을 대화형식으로 요약했다.  

리 안데르손(32) 핀란드 신임 교육장관, 마리아 오히살로(34) 내무장관, 산나 마린(34) 총리, 카트리 쿨무니(32) 부총리 겸 재무장관(왼쪽부터)이 지난해 12월 10일(현지 시각) 핀란드 의회에서 공식 임명된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산나 마린 총리는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AP/뉴시스
리 안데르손(32) 핀란드 신임 교육장관, 마리아 오히살로(34) 내무장관, 산나 마린(34) 총리, 카트리 쿨무니(32) 부총리 겸 재무장관(왼쪽부터)이 2019년 12월 10일 핀란드 의회에서 공식 임명된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산나 마린 총리는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AP/뉴시스

스웨덴, 여성이 전 분야 50% 대표 
성평등 정책 뿌리 내리고 주류화

김형준 교수(이하 김) : 정권 교체가 갖고 있는 의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거버넌스 (governance‧관리체제) 스타일의 변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있어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운동권 중심의 스타일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시장과 민간 중심, 전문가 중심의 (관리체제 스타일)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은 성평등 및 복지 관련한 정책 체제에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나

최연혁 교수(이하 최) : 스웨덴에서는 성평등 및 복지 정책이 주류화 됐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스웨덴에서 발표된 국가특별조사보고서(SOU·Statens Offentlig Utredning)는 여성이 전 분야에 걸쳐서 50%를 대표하겠다’라고 하는 상징적인 보고서였다. 그 이후부터는 성평등 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주류화됐다. 복지 정책 역시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그 근간은 같다.

김 :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달리) 지난 대선 과정 속에서 젠더갈라치기가 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내세우면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결과가 나왔다. (성평등 정책이 주류화 된) 스웨덴에서 봤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또  윤석열 정부가 약자 복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복지 차원에서 차이가 크게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문제제기가 있는데 거기에 대한 해법도 부탁드린다.

최 : 이번 총선에서 안데르센 총리가 ‘시장이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놔주는 것이 복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복지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쪽이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일자리 대신) 돌봄 영역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_________가 '한국과 스웨덴 민주주의를 말하다' 주제로 유투브 촬영을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 (정치학) ⓒ홍수형 기자

한국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스웨덴 세금‧제도 시스템에서 답 찾다 

김 : 대한민국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들이 많아서 30세에서 35세까지는 취업률이 굉장히 높다가 35세에는 (취업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다시 올라간다. 하지만 재취업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전략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 같은 데에서는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재취업할 수 있는 제도나 과정이 있느냐. 

최 : 1969년부터 취임한 올로프 팔메 총리가 국가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강조하면서 가사노동을 하는 전업주분의 경우도 세금 신고를 하게끔 했다. 이를 통해서 연금 체계나 경제 체계를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구성할 수 있다.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여성 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있는 각료 회의서 여성 부문 보고를 하게끔 했다1988년도부터 모든 공공기관, 사기업까지도 성차별 위원회를 두게끔 했다. 또 여성, 장애인, 이민자들의 차별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차별 옴부즈만’을 두는 등 촘촘한 제도화를 이뤄냈다

누구로부터의 통제나 간섭이 없는 상태가 1차 자유라면 2차 자유는 누군가가 지배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지배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이 자유민주주의는 평등민주주의와 연관된다. 개인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평등 민주주의라고 본다. 이 때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촘촘한 법제화와 그러한 힘을 가진 부처가 필요하다.  

충분한 숙의 과정의 예로 스웨덴의 국가조사보고서(SOU) 제도가 있다. 스웨덴은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다루기에 앞서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 그룹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심층 조사를 수행한다. 특별위원회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며 평균 1년6개월간 이슈에 대한 조사와 숙의를 거쳐 법 개정안을 담은 보고서인 SOU를 도출해낸다.

우리 사회 가치에 대한 철학의 빈곤
한국 단기적 효과로 결과 도출 경향

김 : 여성이 여성으로서 자기가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기회를 받을 수 있게끔 되기 위해서는 정당이라는 데서 갖고 있는 충원 기능이 활성화돼야 된다. 지금도 스웨덴 같은 경우는 한 40%이상이 여성 의원으로 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양당 체제 속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당 대표 등이 여성 그룹에 대한 것을 쿼터제로만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한국과 스웨덴의 정당 시스템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정당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최 : 개인의 정치 설득 능력을 어릴 때부터 습득하게 해야 한다. 굳이 스웨덴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독일, 네덜란드, 영국 이런 나라들은 모든 역대 수상들이 어릴 때부터 이미 정치 연설에 대한 혹은 설득능력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것이 정치에 녹아든다면 자연스럽게 ‘설득의 정치화’가 이뤄질 것. 특히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해소하지 못한 정치에 관한 궁금증을 정당에 가입해서 풀고 정당이 설득과 토론, 연설하는 법을 10대 초반 청소년드에게 가르쳐 준다. 이것 것들이 정당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당이 그 역할을 못해줄 때는 다양한 청소년 정치 학교가 나와 줘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 결국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은 가치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다.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80%이상이 부정적인 언어와 연관되어 있다. 그래도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정치 엘리트들이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정치 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득을 해줄 때만 변화가 가능하다. 이 대 청년 정치, 특히 청년 여성 정치의 발전이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또 한국 민주주의가 1987년도 민주화운동 시기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최근 지식인들이 침묵하고 팬덤 정치가 강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스웨덴 발전과정에서 지식인의 역할은 어떠했는가.  

최 : 스웨덴은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다루기에 앞서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 그룹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심층 조사를 수행한다. 특별위원회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며 평균 1년6개월간 이슈에 대한 조사와 숙의를 거쳐 법 개정안을 담은 보고서인 국가조사보고서(SOU)를 도출해낸다. 이 제도를 봐야한다. 정치색과 관련없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같이 데리고 한 위원회에서 일을 하게 두니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자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너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고 결과를 도출하려고 한다. 

김 : 민주주의는 고속 압축 성장은 없다”면서 “한국정치가 굉장히 퇴행적이고 저질화했다는 비판을 많이 하는데 그게 남성 지배적인 문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일 수 있다. 따라서 여성‧청년의 대표성을 많이 높이면 지금보다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 컨퍼런스룸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가 '한국과 스웨덴 민주주의를 말하다' 주제로 여성신문TV 특별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 컨퍼런스룸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교수가 '한국과 스웨덴 민주주의를 말하다' 주제로 여성신문TV 특별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홍수형 기자

<‘한국과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말하다’ 김형준·최연혁 교수 대담 풀영상은 여성신문TV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링크 : https://youtu.be/cJ20nOokX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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