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랑 산다]
기술 발달로 더 치밀해진 스토킹
AI 기술 활용한 스토킹·학대 탐지
손쉬운 피해신고 등 대책 연구 늘어

대부분 피해자 보호 위주 대책
가해자 추적 등 선제적 대응 시급
결국은 인간이 해야 할 일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의 진보로 더 교묘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스토킹 2.0’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Shutterstock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의 진보로 더 교묘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스토킹 2.0’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Shutterstock

또다시,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스토커의 손에 죽는 일이 발생했다. 반복되는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해야 할 주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연구자는 내가 자리한 곳에서, 혹 기술 측면에서라도 해낼 것은 없는지, 관련 논문과 연구를 붙들고, 그 내용을 정리한다.

크게 볼 때 두 축에서 스토킹 범죄라는 키워드와 AI가 맞물렸다. 한 축은 AI 기술로 스토킹 및 학대 행위를 탐지하거나 혹은 피해자의 신고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다. 다른 한 축은 딥페이크 같은 AI 기술로 스토킹이 더 치밀해진 현상에 대한 고발들이었다.

전자의 행동 탐지 기술은 특히 이미지와 사운드를 포착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국내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 AI-Hub(https://www.aihub.or.kr/)가 있다. AI 학습용 공공 데이터를 모아 공개하는데, 폭행 등 이상행동 영상 데이터도 있다. 실제 범죄 현장 영상이 아니라 임의로 연기자들을 채용해 만든 영상 또는 드라마 영상 등으로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고성능 CCTV가 데이트폭력을 탐지해 곧장 해당 지자체 모니터링 센터로 자료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각지대까지 커버할 정도로 고성능의 CCTV가 전국을 누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도 그만큼 고도화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채팅 앱이나 SOS 버튼처럼 간결하게 신고 및 상담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들은 음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수사관과 직접 대화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도 있고,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신고를 용이하게 한단다. 피해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만큼, 텍스트에 더 편의를 느끼는 이들의 행동 패턴을 고려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신고해도 그 이후의 조치가 충분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AI를 비롯한 여러 기술의 진보가 스토킹 행위를 더욱 극대화한다는 축도 들여다보자. 불법촬영과 합성 이미지 생성·유포는 물론, 가계정 생성과 계정 탈취를 활용한 사이버 스토킹 같은 교묘한 수법이 늘고 있다. ‘스토킹 2.0’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¹.

미국 컨슈머리포트²에서는 사이버 스토킹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신의 휴대전화에 스토커웨어(stalkerware, 사이버 스토킹에 사용되는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또는 스파이웨어 - 편집자주)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넷플릭스처럼 타인과 정보가 공유됐을 법한 계정들을 검토해 비밀번호를 바꾸고 ▲보안 앱을 설치하고 ▲소셜 미디어상 공공 개방 계정 관리에 신경 쓰고 ▲트래킹 디바이스(추적 시스템) 같은 것이 자신도 모르게 쓰이고 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볼 것도 제안했다. 할 일이 꽤 많다.

대부분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기술이다. 스토킹 가해자의 행동 패턴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짙기 때문에, 피해자의 주변을 둘러싸는 막을 만드는 것이 중심이 돼 온 것이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가해자들은 미리 현금을 인출하거나, 평소 구매 패턴에서 벗어난 물품(샤워캡 같은 것)을 구하거나, 극단적인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상에 범죄 관련 검색어를 남기는 등 나름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한 연구진³은 디지털 기술 발달로 스토킹 행위가 더욱 치밀해지는 만큼, 그 행위의 흔적인 디지털 증거를 활용한 선제적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진은 가정 내 살해(domestic homicide) 사건들을 분석했는데,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80.5%였고, 선행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전이 여성을 괴롭히고 희생시키는 일을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해 전 사이버 스토킹의 흔적이 굉장히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근거로,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s)을 활용할 방법을 둘러싸고 모든 전문가가 창의력을 발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기술 그 자체에 마냥 기댈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이 개개인에게 배어있는 세상이다. 그 기술이 담고 있는 강력한 흔적들을, 더 강력한 사회적 움직임과 정치로 풀어내는 묘책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그 문제를 풀겠다는 절실함이 합의되고, 사회적으로 의지가 발현해야 한다. 다만, 절실함이 프레임에 지워지지 않고, 의지를 품고 일을 기필코 해낼 주체가 발생하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인간보다 뛰어난 일반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것만큼이나 한참 걸릴 일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¹ https://www.jwi.org/calendar/stalking-20-the-use-of-technology-to-stalk

² https://www.consumerreports.org/digital-security/shut-stalkers-out-of-your-tech-a6642216357/

³ Todd, Bryce and Franqueira. (2021) Technology, cyberstalking and domestic homicide: informing prevention and response strategies. Policing and Society, 31:1, 82-99.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①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379

②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바빠야 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10

③ 인간이 AI보다 한 수 앞서야 하는 이유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53

④ AI에게 추앙받는 사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84

⑤ 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824

⑥ 월경·난자 냉동... 79조 펨테크 시장 더 커진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5977

⑦ 사람을 살리는 AI 솔루션이 필요하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124

⑧ 이상행동 탐지·채팅앱 신고...AI로 스토킹 막으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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