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친정 사이서 불안한 동거?

친화·경제성 위해 친정·시집 도움시집 지원시

남성중심 가족구도에서 남성의 보육책임은 오히려 면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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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맞벌이 부부는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데다가 경제적 이유로 가능하다면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통하던 이런 '관행'(심지어는 지방에 있는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아이를 찾아가는 생이별 가족도 생겨났다)이 이제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세대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식세대의 요구를 선뜻 내켜하지 않는 상황이고, 자식세대 역시 부모에게 보육을 기댄 만큼 가족관계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안에 감춘 채 불만과 콤플렉스로 포화 상태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경리를 담당하고 있는 C는 시부모가 아이 둘을 키워냈다. 시어머니는 살림을 했고, 시아버지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책도 읽어주고, 장난감도 손수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는 가족 내에서 사소한 불만들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쌓이다 보니 점점 가족간의 대화가 적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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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과 합치기 전에는 맞벌이를 하니까 남편이 가사일을 많이 도와주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니까 남편은 가정일에는 완전히 무관심해졌지요. 회사일로 귀가시간이 늦는 일이 매우 빈번해졌어요. 남편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시부모님과 함께 사니까 다투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부부간의 대화가 점점 적어졌어요.”

◀보육을 둘러싸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말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집안일로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시댁과의 갈등이 때로는 심각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시부모님에게 맡기는 경우 여성들은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은 덜지만, 본인에게는 많은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이 심해지면, 여성들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직장의 경쟁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매우 큰데, 이 문제보다도 훨씬 더 큰 압박감으로 여성들을 괴롭힌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해결되기도 어렵고, 아무리 고민을 해도 누구에게도 이득 될 것이 없는 소모적인 전쟁이다.

H는 15년 이상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시부모와 함께 살지는 않지만 가까이 살면서 아이들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출근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식사도 시댁에서 함께했다. 시부모의 살림을 위해 도우미를 썼고, 이 비용을 H가 담당했다.

“결혼 초기에는 멋모르고 시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했지요. 주말마다 집안 식구들 시누이, 시동생 가족이 모두 모였어요. 문제는 시동생이 결혼한 후예요. 동서는 직장을 다니지 않았는데 시댁 가까이 살면서 어머니께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동서네 식구도 식사를 거의 같이했죠. 주말에는 시누이 가족까지 모두 모였고, 먹는 데 한이 맺힌 사람들처럼 음식을 만들어서 먹었죠. 처음에는 열심히 했지만, 이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너무 힘들었죠.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좀 쉬어야 하는데…저는 제 주장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시부모님과 시누이들은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고…결국 나만 왕따가 되었죠. 결국에는 시누이들과 큰소리도 오가게 되었고…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시부모님이 아이들 키워준 은공도 모른다나요? "

시부모님이 아이를 돌보아 주는 경우에 아빠는 가사와 육아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이 직장을 다녀도 여성은 남자와는 다르다. 아이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시댁식구들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고, 시부모의 며느리에 대한 기대와 며느리의 시부모에 대한 기대는 평행선을 긋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친정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는 좀 다르다. P의 남편은 군의관이어서 떨어져 살고 있다. 남편의 수입도 적었고 아이를 키우고 집에 있는 것에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남편, 시부모, 친정엄마 모두 반대했으므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결국 친정부모를 설득해 아이를 맡기고 시험준비를 했다. 주위의 시선은 따가웠고, P의 동생들도 못마땅해 했다.

“시험에 합격하자 친정부모님은 나를 조금씩 이해를 하시게 되었죠. 지금은 부모님께 경제적인 도움도 드릴 수 있게 되었고 관계도 좋아졌어요. 시작은 어려웠지만 부모님 덕택에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요.”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 역시 힘들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갑자기 “답답해, 이렇게는 못 살아” 하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외손자를 돌보고 계신다고 한다.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딸이 계속 조르니 봐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나도 여행도 다니고 싶고…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수영하러 갑니다. 주말에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집에 제사가 많아, 제사를 챙기다 보면 그것도 쉽지 않아요.”

이처럼 가족관계를 활용한 육아는 자연히 며느리,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부담이 되면서 가정 내에서 남성(아빠)의 역할은 오히려 축소된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가족 육아나 보육 모두 여성의 몫, 여성의 문제로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다.

최선경 객원기자(줌마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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