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에게 미안해” “나, 이러다 바보될까 봐”

산후·육아우울증…출산·육아휴직 스트레스까지

직장여성은 죄책감, 전업주부는 자아성취 콤플렉스

“절대 더 낳을 생각 없어요. 이번 한 번으로 끝입니다.”

이제 겨우 2살 된 딸아이를 둔 주부 이선경(33)씨의 말은 단호하다. 시댁과 친정이 멀리 떨어져 있어 주변에 마땅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던 이씨는 출산을 즈음해 직장을 그만두고 2년간 육아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계획 없이 무턱대고 시작한 육아가 쉽지 않았던 것.

“밤새도록 아이가 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괜시리 친정엄마가 원망스러운 거 있죠? 아이 걱정 않고 일하는 친구들 만나면 전업주부인 내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거든요. 집에만 있는 친구들 중에는 산후우울증이다, 육아우울증이다 그런 거 얘기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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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인 건축설계사로 일하던 김경희(29)씨도 몇 달 전 출산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현재 2달 된 아들의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김씨지만, 앞으로 어떻게 키울지는 걱정이라고 말한다.

“벌써부터 갓난아기를 품에서 떨어뜨릴 생각만 하니까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죠.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을 찾아봤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아는 선배는 밤낮으로 일만 하니까 아이가 애정결핍인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하는데 걱정돼요.”

◀기존 보육 지원체제로는 보육 책임은 대부분 여전히 '여성'의 몫이고, 여전히 힘든 '여성' 문제다.

<사진·민원기 기자>

비단 이씨와 김씨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과 육아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이러한 '육아우울증'은 필연적이다.

일을 선택한 커리어우먼들은 '엄마로서 미안함'을 깆고, 육아를 선택한 전업주부는 '일을 통한 자신감과 자아성취'를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임신과 출산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아이를 낳으면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등의 사회적 편견과 압력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여성에게 육아는 '스트레스'이자 '솔로몬의 선택'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는 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산전후휴가 후 복귀시 지방발령을 받는 경우, 임신·출산으로 사직을 강요받아 상담을 자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최진협 간사는 “세계적 유래가 없는 저출산율 1.17%의 원인은 양육을 여성 개인의 몫으로만 돌려놓고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도, 남성의 양육참여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출산·육아를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 방안이 현실적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기업과 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육아전문가들은 육아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게 “아이에게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 것”을 권유했다. 한 전문가는 “아기들은 부모들의 부족함을 알고도 나를 부모로 선택해 이 세상에 온 것”이라며 “늘 아이에게 고마워하며 너무 완벽하기 위해 부담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의 안정을 강조했다.

감현주 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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