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영 전 의원 ⓒ홍수형 기자
국내 1호 ‘의회학 박사’ 홍미영 전 의원 ⓒ홍수형 기자

국내 1호 ‘의회학 박사’가 탄생했다. 17대 국회의원·부평구청장을 지낸 홍미영 박사는 지난달 26일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제1기 졸업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의회학과는 우수한 실무역량을 갖춘 의정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법치에 기반한 민주적 대의기관인 의회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2018년 일반대학원에 신설된 학과다. 올해 2월까지 총 16명의 의회학 석사를 배출했다. 특히 중앙대는 대한민국 제1호 여성 국회의원인 임영신 여사가 설립했다.

홍 박사가 쓴 ‘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 정당의 공천 과정에 과한 연구’는 한국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세계적 기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를 지역구 공천 관련 제도와 정치 문화 분석을 통해 밝히고 성평등 의회 구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제20·21대 총선 출마 경험이 있는 여성 정치인 18명의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정당의 지역구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공천의 주요 행위자인 정당이 여성 후보를 비선호 또는 배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2000년대 초반에 법제화된 여성할당제와 여성추천보조금·여성정치발전비 등의 제도들은 현재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에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과 한국 정당정치 문화 속에 남성동성사회가 강고하게 구축돼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홍 박사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여성 단수 공천’ 결정 방침을 뒤집어 논란이 된 가운데 경선에서 탈락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여성 공천 방침’에 따라 단수 공천됐지만, 인천 지역 중진 의원들과 당시 후보자였던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의 반발로 최고위원회에서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30여년 간 지방자지체 초대 기초·광역의원을 거치며 17대 국회의원과 부평구청장을 역임한 정치인인 홍 박사는 한국여성의정 장학생으로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해왔다. 그는 “인고의 시간을 가지며 한층 더 지혜로워진 것 같다”면서 “연구로 30년간의 여성 정치 활동이 구슬로 잘 꿰어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여성 정치인이 당면한 문제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드러내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박사학위를 받은 소감을 말했다.

홍 박사가 의회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의회학과가 대의민주주의를 학문의 영역에서 강화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이 성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 학문을 발전돼 여성학과가 탄생한 것처럼 의회학과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헌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한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시켜 학문의 영역에서 강화됐다”며 “2018년 입학 당시 지방자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요구된다는 시대정신이 있었고 이를 반영한 것이 의회학과”라고 말했다.

홍미영 전 의원 ⓒ홍수형 기자
홍미영 전 의원 ⓒ홍수형 기자

다음은 홍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

- 여성 정치인으로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은 ‘단수 공천 번복’ 사건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당시에 어느 계파나 남성 정치인에게 줄을 서서 충성을 바쳤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본선에 나가서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었습니다다. 부평구청장 또한 인구가 50만이 넘는 도시에서 두 번 당선돼 시민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당내 경선에선 여성 정치인의 자리를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유권자들이 투표했기 때문입니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는 그냥 여성 연대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강고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 성평등한 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합니까?

“우리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상희 전 국회 부의장이 탄생했지만 상당히 늦었습니다. 정당에서는 안희정·오거돈·박원순·박완주 등 성비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성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의 전형적인 반증입니다. 공천에서도 남성 국회의원을 주는 등 개인적으로 겪은 성 불평등 사례도 있습니다. 성평등한 정치를 만들기 위해선 국회에서부터 성평등한 정치 풍토를 만들어서 지방의회 등 아래로 뻗어 내려가야 합니다만 어려운 상황입니다. 9대 지방의회 여성 의원들이 성평등한 의회를 만들자며 센터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런 움직임을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변화가 계속 반영돼야 국회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선배 여성 정치인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성 연대를 해야 합니다. ‘남성동성연대’라고 남성끼리의 비공식 네트워크는 정치에서 굉장히 강고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부 여성 정치인들은 남성 정치인들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살아남아야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편하게 앉아서 혹은 느슨하게 여성 연대를 해서는 불평등의 세력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절실히 연대를 하고 어떤 사회문제를 만드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길거리도 나서서 미래 세대의 여성들의 한 맺힌 부분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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