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헤르손주 합병 주민투표 연기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에네르호다르=AP/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이자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경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가동 중이던 마지막 원자로가 또다시 전력망에서 차단됐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5일(현지시각) 밝혔다.

BBC,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에서 "원자로 6호기가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분리·차단됐다. 포격으로 인한 화재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IAEA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화재 진압을 위해 전력선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전력선 자체는 손상되지 않았다. 화재만 진압되면 원자로의 전력망 연결이 복구될 예정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이 포격을 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원자로 6호기는 자포리자 원전 단지의 6기 가운데 마지막까지 운영이 계속되던 원전이다. 에네르고아톰은 전쟁 발발 후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원자로 운영을 축소해왔다. 3일에는 포격 등을 이유로 원자로 5호기가 전력망에서 차단된 바 있다.

현재 전력망에서 차단된 6호 원자로는 발전단지 자체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전력만 생산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원자로 냉각수 순환을 위한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전 사고의 최고 수준인 '원자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원자력에너지 전문가는 AP통신에 "문제의 원자로가 자체 필요 전력만 생산하는 '섬 모드'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섬 모드는 원자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자포리자 원전의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방사능 참사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이 또다시 방사능 참사 한 발짝 앞에 몰렸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이용해 원전 지역을 겨냥했다고 주장했으며, 러시아군은 이를 격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러시아, 남부 헤르손주 합병 주민투표 연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점령지의 자국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연기했다.

5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주 행정부 부수반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러시아 가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안보상의 고려로 인해 중단됐다"며 "사람들을 먹이고 안전을 보장하는 우리의 핵심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빼앗긴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을 재탈환하기 위해 반격을 하고 있다.

스트레모우소프는 러시아 T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안토노프스키 다리를 더 이상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드니프로 강을 건너 민간인을 수송하는 바지선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안토노프스키 다리를 통해 물자를 공급받아 왔다.

스트레모우소프는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러시아 가입 국민투표 참여를 위해 징역 12년과 재산 몰수를 위협한 것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헤르손주는 해방된 영토이며 그의 협박은 무의미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대부분 점령한 헤르손주에서는 석 달 전부터 러시아 연방 편입의 주민투표 실시 계획이 알려졌다. 그러나 투표 실시는 계속 미뤄져 왔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군의 헤르손주 탈환 작전이 활기를 띄면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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