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국민 기본권 침해…공무원 객관적 정당성 상실"
공무원 고의 또는 과실 책임 인정하지 않은 판례 7년 만에 변경

30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재형 대법관 등 대법관들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30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재형 대법관 등 대법관들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선포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됐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본인, 가족, 상속인 등이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의 발령과 적용·집행에 관한 국가작용 및 이에 관여한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은 법치국가 원리에 반해 유신헌법 제8조가 정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체적으로 봐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그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평가되고, 그렇다면 개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 현실화된 손해에 대하여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디.

재판부는  "이와 달리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 및 적용·집행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종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13년 긴급조치 9호를 위헌·무효로 판단하고도, 2015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이유로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을 부정했으나 7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김재형·김선수·오경미 대법관은 다수 재판관과 다른 의견을 냈다.

법관의 독립적인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도 다수 재판관은 인정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피해자들은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대통령긴급조치 9호는 1972년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발동한 조치 중 하나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후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를 위헌 결정했고 같은 해 대법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법령을 위헌·무효로 판단했다.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로 판결나면서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원의 형사보상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9호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2013년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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