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다룬 뮤지컬 ‘시데레우스’
그의 딸이자 수녀 마리아 통해 주체적 여성상 그려
플러스씨어터, 10월 16일까지

‘그래도 지구는 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의 주인공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진리를 알리려다 핍박받은 그의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딸 마리아가 수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단으로 몰려 재판을 받고 가택에 연금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야 했다. 그런 마리아가 바라본 아버지 갈릴레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마리아에게 갈릴레오가 주장하는 지동설은 어떤 의미였을까.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갈릴레오가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에게서 도움을 받아 지동설을 주장하게 됐다는 상상을 그린 작품이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정립해나가는 과정과 그를 돕는 케플러의 모습을 통해 하나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즐거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뮤지컬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갈릴레오의 딸 마리아가 등장해 두 사람의 관찰자로 나선다는 것이다.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마리아는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단으로 비난받는 현실 앞에 참지만은 않는다. 이 작품 속에서 마리아는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나눈 수많은 편지들 속에서 두 사람이 성서에 맞서는 무모한 도전을 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알아내려 한다.

마리아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하면서 그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수녀인 그에게 이단의 딸이 되어버렸다는 것은 낙인이 찍힌다는 의미였다. 그런 그는 자신이 왜 이단의 딸이 되어야 했는지 알기를 원한다.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마리아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역사 속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갈릴레오와 케플러를 그려낸 시선도 새롭다. 꿈을 좇던 갈릴레오는 현실 앞에 점차 냉소적으로 변해가지만, 자신이 잊고 지냈던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케플러의 편지를 받고 잊었던 꿈을 되찾아간다. 케플러의 편지는 갈릴레오를 깨움과 동시에 일상을 살아가며 점차 꿈을 잃고 지쳐가던 관객들을 깨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펼쳐진 여백 속에 상상들을 그리면 멈춰진 어둠도 하나둘 살아나 
(넘버 “살아나”)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사진 ⓒ주식회사 랑

우주와 별을 소재로 하는 만큼 이를 활용한 아름다운 무대와 조명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넘버 또한 아름답다. 케플러가 가진 순수한 호기심을 담아낸 넘버 ‘살아나’나, 종교재판에서 갈릴레오가 부르는 ‘끝의 시작’은 가사 안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는 창작 뮤지컬의 넘버가 가지는 묘미를 보여준다. 정상윤, 박민성, 이창용, 기세중, 배나라, 신주협, 조윤영, 박새힘 출연. 김동연 연출. 플러스씨어터. 10월 16일까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