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경제’가 뜨고 있다. 단순히 즐기는 취미 활동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고 자립할 수 있는 문화로 확산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한 건물 2층 카페엔 노트북이 아닌 뜨개질에 열중인 ‘뜨개인’들이 모여 있다. 뜨개질이라고 하면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취미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젊은 층 수도 상당하다. 뜨개질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인 ‘바늘이야기’는 무려 5층 규모다. 1층엔 뜨개질 도구를 판매하는 상점, 2층엔 음료를 마시며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카페, 3층은 뜨개질을 배울 수 있을 강의실, 4~5층엔 스튜디오와 사무실이 있다. 24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바늘이야기에서 운영 중인 바늘 아카데미의 21개 강좌 중 신청 가능한 강좌는 단 1개뿐이다. 뜨개질 초보자를 위한 유튜브 강의 채널 ‘바늘이야기 김대리’도 운영 중인데 현재 구독자는 26만명을 넘었다. 바늘이야기의 주된 사업은 뜨개 용품을 판매하는 것이지만 뜨개질 강의와 체험을 통해 뜨개질 문화를 파는 셈이다.
제대로 된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5만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지식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읽고, 쓰고, 대화하고, 친해지기’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독서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 스타트업 ‘트레바리’는 △월 1회 정기 독서 모임 △공연, 강연, 파티, 문화 체험 등 커뮤니티 이벤트 △매 시즌 다양한 제휴 혜택 등을 제공한다. 독서모임(클럽)은 10~20명 규모로 꾸려진다. 클럽을 이끄는 클럽장엔 기업 대표, 교수 등 저명인사도 있다. 앞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영주 역대 2호 여성 검사장, 김소영 전 대법관, 배우 손수현, 김세연 전 국회의원,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같은 클럽장이 있었다. 트레바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지난해 9월 회원 수가 코로나19 직전 대비 75% 줄어 최저를 찍었다. 비대면 독서모임 ‘랜선 트레바리’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회원 수가 꾸준히 늘어 현재 전체 회원의 20% 이상으로 비중이 커졌다.
취미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플랫폼도 있다.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등장한 클래스101은 현재 2800여개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미술, 운동, 공예 등 취미에 특화된 클래스101 크리에이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클래스를 오픈해 판매 수익으로 경제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클래스를 수강하는 클래스메이트는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취미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 클래스 101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2019년 7월 클래스101 US를, 2020년 3월에는 클래스101 JAPAN을 론칭해 현재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및 일본 등 약 12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래스101의 누적 회원 수는 약 368만에 이르며 수강생 만족도도 97%에 달한다.
취미를 가르치고 배우거나 취미의 성과물을 전시하거나 판촉할 수 있는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항목 중에서 여가소비는 주목할 점”이라며 “여행 등과 같은 취미를 소비품목으로 볼 수 있지만 여가소비로도 볼 수 있어서 독특한 소비”라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는 ‘여가’에 지출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23일 헤럴드경제가 발표한 Z세대 사회초년생 1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0명 중 48명(48%)이 여가비는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내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통해 만족을 느끼고 배우는 것을 소비처럼 여기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여가소비에 가치를 부여하고 만족을 얻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소비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요즘엔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까 취미활동으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도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는 것 같다”며 “여가소비를 지지하기 위한 산업도 활성화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예를 취미로 배웠을 때 작품이나 성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전시를 한다거나 판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