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도
문 열고 가게 냉방하거나
지나친 실내 냉방 등 에너지 낭비 지속
조금 불편해도 나부터 에너지 절약해야

서울과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과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2년 여름, 유럽은 40도가 넘는 폭염과 가뭄으로 불타는 여름을 보냈고, 서울은 하루 동안 115년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폭우로 물폭탄을 맞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몸살, 말 그대로 “물불 가리지 않는” 역대급 여름이 지나고 있다. 

그 뜨거웠던 7월 말 필자는 프랑스에 있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려는데, 대부분의 숙박시설에 에어컨이 없어서 크게 놀랐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가정 에어컨 보급률은 3%, 프랑스는 5%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서도 EU는 인구가 5억명을 넘고 미국에 맞먹는 경제 규모지만, EU에 설치된 에어컨의 비중은 전 세계 기준으로 단 6%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 수는 EU의 10분의 1 규모인 우리나라의 가정 에어컨 보급률이 4%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낮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에서도 점점 에어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기록적 폭염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IEA는 유럽의 에어컨 수요가 20년 내에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유럽인들도 많다. 에어컨 설치는 유럽인들이 중시하는 환경 문제와 모순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90%가 넘는 미국의 에너지 과소비를 비난해 왔던 유럽의 에코 리더십에 금이 갈까 하는 걱정도 있어 보인다. 

폭염 속 외국은 속속 대책과 권고사항을 내놓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영업장이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호객 등을 위해 가게 문을 열어두는 이른바 ‘개문냉방(開門冷房)’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대 150유로(약 20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곧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뉴욕시도 2015년부터 문 열고 냉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문 열고 냉방 단속이 뚝 끊겼다. 방역을 위해 두 시간에 한 번, 10분 이상 환기하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면 전력 소비가 최대 4배 증가한다고 한다. 건물 부문은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하고, 건물 에너지의 50% 이상을 냉·난방이 차지하는데 이와 같은 개문냉난방 현상으로 상업·공공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도 우리는 담요를 덮어야 할 정도로 추운 카페, 겉옷이 필요한 지하철과 식당 등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는 현장을 자주 경험했을 것이다. 상업시설에 대한 규제와 단속도 시급하지만, 당장 올여름 우리집 에어컨의 목표 온도는 몇 도에 맞춰졌는지도 생각해보자.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한 실내 적정온도는 여름철 26~28도, 겨울철 18~20도이다.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월 18일 독일 베를린 개최 기후회담 연설에서 “우리에겐 ‘집단행동’과 ‘집단자살’ 두 가지 선택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부터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매년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과 기록적인 폭우”를 계속 만나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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