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리켜 '가족'이라 칭하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 중심적입니다. [애니멀리티]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동물들(animality)을 바라봅니다. <편집자주>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에서 도내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류를 위한 훈련을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비봉이는 지난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포획돼 17년 동안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에서 도내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방류를 위한 훈련을 위해 가두리 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비봉이는 지난 2005년 한림읍 앞바다에서 포획돼 17년 동안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비봉이 방류가 결정됐다. 비봉이는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이하 돌고래)다. 2011년 불법 포획된 돌고래가 쇼에 동원되어온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뒤 대법원에서 몰수형을 판결하며 수족관에 감금됐던 돌고래들은 자유를 찾았다. 그러나 비봉이는 포획된 시점이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방류 대상에서 제외되어 수족관에 남았다. 2013년부터 2015년, 2017년 다른 돌고래들이 차례로 제주 앞바다에 풀려날 동안 비봉이는 고향을 눈앞에 두고 제주의 수족관에 갇혀 지냈다.

그랬던 비봉이의 방류가 최근 결정된 것이다. 수족관에 갇혀 산지 17년만의 방류 결정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비봉이의 방류를 앞둔 지금,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다. 비봉이의 방류에는 충분히 예상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자료에 의하면 2005년에 비봉이가 바다에서 포획된 나이는 고작 3~4살로 추정된다. 어린 나이에 잡혀 와 17년 동안이나 수족관에서 살았던 셈이다. 반면 제돌, 춘삼, 복순 등 방류 후 야생 적응에 성공한 개체 다섯 마리가 수족관에서 지낸 시간은 3~6년 정도였다. 게다가 이들은 10살이 넘어 포획되었기 때문에 야생에서의 경험이 충분히 있고, 그 기억을 간직한 상태에서 방류됐다는 것도 비봉이와 다른 점이다. 게다가 무리 생활을 하는 특성상 2~3마리씩 함께 방류된 다른 개체들과 달리 비봉이는 홀로 바다에 나가야 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해양포유류 학자 나오미 로즈는 비봉이가 포획된 나이와 수족관에서의 감금 기간을 언급하며 “비봉이 방류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방류를 시도한다면 추적 장치를 장착하고 반드시 모니터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비봉이 방류 계획에는 방류 실패나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대안이 없다. 방류 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야생 적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찌하겠다는 계획은 전무하다. 재포획을 담당할 기관도,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불법 포획한 비봉이를 17년이나 쇼에 이용한 퍼시픽 리솜은 수족관 사업 종료와 비봉이 방류 선언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챙겼으나, 방류 이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책임도 가져가지 않았다.

8월 31일 해양수산부는 태풍 때문에 가두리에 있던 비봉이를 다시 수족관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급격한 환경 변화와 이송에 따른 스트레스가 뒤따랐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마다 반복된 태풍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변수임에도 적절한 대비책이 없었음을 보며 우려가 더욱 깊어진다.

지금까지 제주 앞바다에 방류한 총 7마리 돌고래 중 5마리는 야생 적응에 성공했으나, 2017년 방류한 대포, 금등은 방류 후 단 한 번도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방류에 성공한 다른 돌고래들과 이 둘이 다른 점은 이들 역시 비봉이처럼 어린 나이에 잡혀 와 수족관에서 19~20년간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비봉이와 비슷한 상황의 돌고래들이 방류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비봉이 방류에 큰 시사점을 남긴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봉이가 반드시 바다에 적응해 다른 무리와 함께 제주 바다를 누비길 염원한다. 그러나 단지 기대와 희망에만 그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비봉이 방류에 있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고려할 점은 비봉이의 안전뿐이다. 자유를 찾아준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비봉이를 내모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전제로 한 방류 계획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했고, 이후 성남시 동물보호 담당 주무관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며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다. 동물이 살기 좋은 사회에서는 사람 또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생명이 각자의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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