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전통음악 기반
루프스테이션 활용 창의적 넘버
우란2경에서 9월18일까지

대화가 단절된 시대. 이런 시대일수록 소통과 화해를 그리는 작품은 많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다. 섬, 전설, 고래, 스코틀랜드 전통음악, 여성, 2인극, 1인 다역, 아카펠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많은 요소를 버무려 소통과 화해를 다루는 작품이 찾아왔다. 바로 뮤지컬 ‘아일랜더’다.

뮤지컬 ‘아일랜더’는 본토에서 떨어진 섬마을 키난의 유일한 소녀 ‘에일리’와 세타 섬에서 온 미스터리한 고래 지킴이 소녀 ‘아란’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두 소녀는 각자 자기 엄마와, 자기 섬사람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을 겪는다. 그러나 서로의 소통 방식을 배워나가면서 성장해나간다. 이런 두 소녀의 모습은 전설과 고래라는 소재를 통하고 있어 신비롭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MARK923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MARK923

여성 2인극이지만 나오는 인물은 최소 10명이 넘는다. 배우가 1인 다(多)역을 한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은 에일리와 아란이지만, 다른 캐릭터들도 다 각자의 성격이 있고 서사가 있어 중요하다. 특히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브레야와 아란의 대화에서 브레야가 하는 말 ‘사과는 시작이야’와 같은 대사는 이후 아란이 자기 고향 사람들에게 돌아갈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MARK923

스코틀랜드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아카펠라’ 뮤지컬이다. 두 명의 배우가 서로의 목소리에 화음을 쌓아 만들어가는 넘버들은 어떤 악기들로 만들어진 소리보다 아름답다. 특히 이 공연에서는 루프스테이션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루프스테이션이란 일정한 구간을 반복하는 악기를 의미한다. 루프스테이션으로 목소리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소리는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이다. 노랫소리 외에도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아이의 울음소리 등 작은 효과음까지도 배우들의 목소리와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MARK923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 ⓒMARK923

작고 동그란 무대 위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무대 위에는 다양한 영상이 송출된다. 바다를 배경으로 할 때는 파도가 치기도 하고, 고래의 이야기를 할 때는 고래를 의미하는 조명이 띄워지기도 한다. 무대와 관객석의 거리는 매우 좁다.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위치한 관객석을 가리키는 이름조차 ‘키난주민석’이다. 키난주민들의 토론회 장면에서 관객들은 실제로 키난주민들이 되기도 한다.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은 멀게 느껴질, 키난 섬과 세타 섬의 이야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위에 적힌 모든 특징은 무대 위 배우들을 힘겹게 하는 요소다. 1인 다역이라 외워야 할 대사도 지문도 많고, 그런데 넘버를 받쳐주는 주요한 악기는 없고, 무대와 관객석의 거리가 지나치게 좁아 배우들의 실수 하나하나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뚫고 어려운 요소를 모두 훌륭하게 해낸다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뮤지컬 ‘아일랜더’는 그런 면에서 ‘복불복’ 뮤지컬에 가깝지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복’에 가까운 뮤지컬임을 입증하고 있다. 유주혜, 홍지희, 강지혜, 김청아, 이예은 출연. 박소영 연출. 우란2경에서 9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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