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근무 중 사망 파문
뇌출혈 수술할 의사 없어 타 병원 이송
간호사 단체들 “상식적으로 납득 어려워
단순 사고로 볼 수 없어...업무 연관성 조사해야
숨진 간호사, 인력부족 등으로 업무량 과다 호소”
복지부, 현장 조사·의료체계 개선 논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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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장 조사를 벌였고 의료체계 개선도 논의 중이다. 간호사 단체들은 애도하는 한편 간호사들의 노동 실태를 포함해 명확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지난 7월 24일 새벽 근무 중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검사 결과 뇌출혈로 긴급 수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학회 일정상 당시 병원에 수술을 맡을 의사가 없었고,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서울아산병원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폭로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사망한 A씨는 근속연수 10년이 넘은 과장급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책임간호사였다. 간호사 단체들은 ‘평소 노동 환경을 포함해 명명백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간)는 8일 “복지부가 진상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의료법 위반, 필수의료 강화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뇌출혈이 발생한 경과와 뇌출혈과 근무환경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면밀히 조사돼야 한다”며 “서울아산병원과 병원 노동조합에서는 사망한 간호사가 초과근무는 하지 않았고 근무 시간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방식으로 초과근무 여부를 조사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제보를 받은 결과 사망한 간호사는 초과근무, 퇴근 후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피곤한 정도의 노동 강도, 인력 부족으로 휴가 사용을 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과중한 업무량을 호소하고 있었다. 고인은 책임간호사로 근무 외에도 맡아야 하는 연구와 병동관리업무가 많았고 9월에는 병원 인증평가를 앞두고 있어 스트레스와 업무량이 더욱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지부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국내 최대 병원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전원됐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도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납득할 만한 상황 설명, 재발 방지 대책, 의사직 적정인력 확보와 합리적 운영 등을 요구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같은 날 애도의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대한 서울아산병원의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없어 여러 의혹과 주장들이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고도 봤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등 일부 의료인들은 “필수의료 분야(뇌혈관외과) 수가, 의료인력 부족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서울아산병원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시설, 인력, 처치 과정 등에서 특별한 의료법 위반 사항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8일 오후 6시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과 정책 간담회를 열고 개선 사항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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