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창 인기다. 알음알음 알려지나 싶더니, 어느 순간 친구들, 동호회 사람들, 트위터 타임라인까지 모두 ‘우영우’ 얘기로 뒤덮였다.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이면서 서울대 로스쿨을 1등으로 졸업한 천재 변호사를 연기하는 박은빈의 섬세한 캐릭터 해석부터 드라마의 조심스러우면서 친절한 접근, 한편 우영우가 흥행하며 자폐 스펙트럼과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오해와 신화에 대해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이렇게까지 다양한 얘기를 쏟아내게 되었나 신기하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자폐 스펙트럼 당사의 재능에 대해 다룬 영화 ‘말아톤’이 나왔을 때, 내 또래에서 유행하던 비속어 중 하나는 ‘애자 같다’였다. 당연히, 장애인에 대한 멸칭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변화들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운 점도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장애로 구별할 것인가와는 별개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장애를 배제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일반 ‘정상’ 사회와 떨어뜨려, 마치 장애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분리 정책을 통해 관리해왔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의무교육 테두리 안에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 공간에서도 장애 당사자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애 인권 운동 현장에서도 탈시설과 일반 학교 교육 참여 문제는 여러 방향으로 논의되는 주제지만, 기본적으로 분리 정책이 장애 인권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보편 인권 문제가 아닌, 특이하거나 혹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래서 당사자 중심이 아닌 시혜적으로 해석돼 오는 것에 일조해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징병제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나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받아들이는 방식, 우리 사회의 정상성을 공고하게 만든 것에 징병제가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근대 국가의 탄생과 함께 발전하게 된 징병제는 시민권과 시민의 의무에 대한 논의와 함께 발전했고,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남성과 의무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장애인·아동·노인에 대해 시민 사이에서의 계급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국 당시 이런 근대 국가 건설의 역사와 시민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해방과 동시 돌연 근대 국가가 됐고, 건국과 동시에 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이 시기 후 징병제는 우리나라 안보환경 상 불가피하고 대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주입됐다. 2022년에도 여전히 남성 10명 중 9명이 군대에 가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는데, 정작 징병제에 대해서는 딱히 의심하지 않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남성 10명 중 9명이 군대를 간다는 것은, 크게 본다면 사회의 절반이 징병제의 시스템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사회 절반이 19세가 되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정상성을 평가당하고, 등급에 따라 1등 군인(현역)·2등 의무역(보충역 등)으로 나눠지고, 강건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진짜 사나이로 인정받고 칭송받는 문화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본 적 없는 장애인을 ‘진짜 사나이’만 모여 있는 군대에서 만날 리가 없다. 그래서 군대는 남들보다 배움의 속도가 뒤처지거나, 눈치가 부족하거나, 뭔가 눈에 띌만한 특이한 행동이 섞여 있거나, 그래서 우리가 인식한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람에게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와는 다른, 그래서 배제돼야 하는 인원이라 판단하고 너무 쉽게 고문관, 폐급이라는 멸칭을 부여해 구타유발자로 낙인찍거나, 부대 밖으로 내쫓으려 시도한다.

그래서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부모님들이 상담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우려나 질문을 하곤 하는데, 바로 “우리 애가 이렇게 군대를 나오면 병신 취급받는 거 아니냐?”다. 우리 아이는 멀쩡하게 현역으로 입대했는데, 건강상 이유든 부적응이든 사정상 만기 전역을 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병신’ 취급받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멀쩡한, 그래서 사회의 정상인으로써 진짜 1등 시민의 자격을 얻었던 아들이 정상성을 박탈당하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종의 장애인 취급받는 것 아니냐에 대한 공포가 숨어져 있다. 십자인대 파열이나 추간판탈출증처럼 흔한 질환, 재활 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케이스에도 질문은 끊이질 않는다. 아드님이 공무원이 되거나 회사에 취직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을 해도 그렇다.

시스템은 사회의 질서를 구성하고, 사회는 한 집단의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는 다시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녹아들어 가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우리 군대와 징병제가 만들어낸 거대한 ‘정상사회’에서 군대에 가지 못하는 비정상인 그룹, 여성·장애인·아동·노인은 언제 배제당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서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우영우의 인기와 군대, 언뜻 아무 상관 없는 분야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장애를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정상성의 사회를 공고히 구축해왔던 우리 사회에서 하나로 연결된 문제이다. 자폐 스펙트럼은 그 정도가 너무 다양하고, 우영우 같은 천재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도 있고, 우리는 우리 곁의 장애 당사자를 친절과 배려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된다는 논의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교차된 다른 영역까지 뻗어 나가야 할 이유다.

방혜린 전 군인권센터 활동가·예비역 대위
방혜린 전 군인권센터 활동가·예비역 대위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