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범죄로 아들 잃은
어머니, 목격자 대화통해 진실 마주해
백상연극상 수상한 신유청 연출 참여
10월 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4관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장애인 혐오… 혐오로 얼룩진 한국 사회에 이를 무너뜨리는 데 단서가 되어줄 작품, 연극 ‘빈센트 리버’가 1년 만에 재연으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성소수자 혐오 범죄로 아들 빈센트를 잃은 아니타(남기애, 정재은, 우미화 분), 그런 아니타를 찾아온 시신의 최초 목격자 데이비(이주승, 김현진, 강승호 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관객들이 가진 편견을 돌이켜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 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콜이 열렸다. 남기애(아니타 역)와 이주승(데이비 역)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아니타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안고 있지만 아들의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 또한 갖고 있다. 이런 아니타를 자극하는 건 데이비다. 데이비는 아니타에게 끊임없이 빈센트에 대해 물으면서, 아니타가 아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졌던 왜곡된 사랑을 깨닫게 만든다.

아들 빈센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키우고자 했다는 사실을 아니타가 깨닫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아니타도 관객들도 고통의 순간을 거쳐야만 한다. 아니타 역의 정재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단순히 아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편견 혹은 이기적인 마음에 대해 깨닫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 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콜이 열렸다. 우미화(아니타 역)와 김현진(데이비 역)이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 작품은 불편하다. 아니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데이비의 말에는 날이 서있다. 데이비의 정체를 의심하는 아니타의 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는 데서 변화는 시작된다. 데이비 역의 김현진은 “우리가 어떤 상황, 어떤 사물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꼈을 때 개선할 방법을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며 “이 작품이 불편함에서 나아가서 더 나은 사회로서의 변화로 나아가는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그을린 사랑’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신유청 연출 특유의 섬세함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초연 당시 인터넷을 통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영국 동부 지역을 로드뷰로 따라가보며 하나하나 확인했던 그는 이번엔 지인에게서 지역의 거리 사진을 받아 이를 참고해 연극 ‘빈센트 리버’를 만들었다. 무대와 동선에도 주제가 담기도록 신경을 쓴 이번 작품에서 그는 “타인에 대한 장벽이 조금씩 금이 가는 부분을 인물의 동선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 콜이 열렸다. ⓒ홍수형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연극 '빈센트 리버' 프레스콜이 열렸다. (왼쪽부터) 남기애, 김현진, 정재은, 이주승, 우미화, 강승호. ⓒ홍수형 기자

최근 공연계에서는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극 ‘빈센트 리버’도 성소수자 빈센트 리버가 서사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신유청 연출은 이 작품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반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7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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