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스웨덴대사관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스웨덴 아빠의 모습을 통해 평등한 육아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진전 ‘스웨덴의 아빠’를 개최해왔다. 사진=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스웨덴 아빠의 모습을 통해 평등한 육아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진전 ‘스웨덴의 아빠’를 개최해왔다. 사진=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라테파파’로 유명한 스웨덴 아빠들의 육아사진전을 본 적이 있다. 유모차를 끌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아이를 업은 채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를 부엌 싱크대에서 씻기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 담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눈길을 특히나 잡아 끈 것은 육아휴직에 임하는 아빠들의 소감이었다. 사진에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줄어든 수입에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되었지만 그것 때문에 포기한다면 너무나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 육아휴직을 한다”는 문구가 달려있었다. 육아시스템이 가장 선진적이라는 스웨덴이라면 아빠든, 엄마든 어떤 고민도 없이 때가 되면 육아휴직에 들어갈 것 같지만, 그 나라에서도 육아휴직으로 생기는 경제적 부담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만큼 부부의 공평한 육아 분담과 경제적 문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 분담률이 낮은 국가는 출산율도 낮다. 연구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국가 중 남성의 육아 분담률과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분류됐다. 여러 원인과 대안이 있겠지만,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육아휴직기간 동안 통상임금의 80%(상한액 월 150만원) 수준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녀가 태어난 후 1년 이내에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첫 3개월에 대해서는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 지급하는 ‘3+3 부모육아휴직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아빠 또는 엄마, 어느 한쪽만 육아휴직을 쓰는 것보다 두 사람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도록 함으로써 육아휴직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율은 2016년 8.5%에서 2021년 26.3%까지 높아졌다. 불과 5년 만에 아빠 육아휴직자가 10명에서 1명이었던 것이, 4명에서 1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육아휴직자 2명 중 1명이 아빠인 날도 머지않은 것일까?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급여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39.8%로 스웨덴의 77.5%, 일본 60.3%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다. 다만 2024년부터는 월 100만원의 부모급여도 지급될 것이라고 한다. 이 금액까지 포함하면 소득대체율은 점점 더 올라갈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은 엄마, 아빠가 각각 1년을 쓸 수 있어 맞벌이의 경우 2년이 보장된다. 스웨덴의 출산휴가까지 포함한 16개월에 비해 오히려 길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의식적인 노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사회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육아휴직 급여는 아무리 규모를 확대해도 고소득자의 경우에는 소득대체율을 만족할 정도로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아빠처럼 자녀가 성장할 때 아빠가 일정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아빠들이 우선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본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수입은 다소 줄기는 하겠지만,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이라는 평생을 갈 자산은 때를 놓치면 다시 쌓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진전에서 본 또 다른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위안을 받거나 비밀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아이들이 누구에게 가는지 물은 설문 내용을 본 적 있다. 거의 모두가 엄마를 첫 번째로 선택했고 아빠는 다른 친척이나 학교 관계자들보다도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빠로서 두려움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엄마만큼이나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교감이다. 육아휴직을 다녀온 아빠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물론 근로자 신분이 아니라 육아휴직을 아예 쓸 수 없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현재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육아휴직급여제도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엄마가 일자리에서 소외되고 아빠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며 육아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때 가족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꿈꾸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 차원의 노력도 배가되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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