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권위 회복 위한 복수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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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김현영

여성학자·한국성폭력상담소 정보사업부장

세계인의 유례 없는 반전시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다. 이제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문제는 이라크 포로 학대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이루어진 한 미국인의 참수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증오와 복수의 참상들이다.

이라크 포로 학대의 양상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그 폭력의 성적인 측면들이다. 미군들은 이라크 여성들을 강간하고 이라크 남성 포로에게도 마찬가지로 발가벗기기, 자위행위 강요, 동성간의 공개적 성행위 강요 등의 성적 학대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라크를 비롯한 이슬람 문명권의 나라들은 이 같은 가혹행위들은 동성애가 금지되고 여성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이슬람 문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어서 미군인의 참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제 이 전쟁은 복수극으로 치닫고 있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겪은 남성들은 나중에 커서 학대를 하는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이 가진 편견에 100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설은 남성들이 폭력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정체화하기보다는 복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면에서 무서운 현실을 반영한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군대내 동성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연구를 마쳤다. 조사결과에서 두드러진 것은 가해자 중 83%가 피해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피해를 입은 남성들은 피해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가해를 할 수 있는 위치가 되기 때문에 피해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었고 매우 높은 비율로 가해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에게 성폭력 피해는 성적 수치심이라면, 남성들에게 성폭력 피해는 약하고 열등하게 취급되는, 다시 말해 여성으로 취급되는 것이 가장 큰 수치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피해의 극복은 가해자의 위치 전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라크 남성들은 미군에게 복수하고 미군에 의해 오염된 여성을 제거하는 것을 통해 훼손된 남성성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분노와 억울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복수다. 그러나 복수들은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을 낳기 때문에 복수가 허용되는 사회는 불안정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르네 지라르는 이러한 복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희생제의'라는 의식이 도입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복수를 하는 순간 복수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의 폭력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종교적으로 제의화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에서 복수의 희생양은 미군에 의해 강간당한 후 이라크인들에게 명예살인 당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이었다. 이 전쟁은 점점 남성들간의 복수와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미국과 이라크 중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인가 더 정당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 복수극에서 오염되지 않고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선택은 하나뿐이다.

바로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파병을 철회하는 것이다. 이번 이라크 포로 성학대 사건에 연루됐던 린디 잉글랜드 일병처럼 “잘못된 곳, 잘못된 시간”에 그곳에 있었다고 후회하지 않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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