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유독가스·미세먼지 내뿜고
미세플라스틱 돼 해양 오염
적발되면 과태료도 내야

에코맘코리아가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함께 7월 초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  ⓒ에코맘코리아 제공
에코맘코리아가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함께 7월 초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 ⓒ에코맘코리아 제공

지난 7월 초, MZ세대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함께 망상해변에서 비치코밍(해안가 쓰레기 정화 활동)을 했다. 100명이 쓰레기를 줍는데, 한 시간 만에 30리터 쓰레기 봉지 50개가 가득 찼다. 해수욕장 정식 개장 전이라 관광객이 적었고, 전날 오후 해변이 깨끗이 정리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많은 양이었다. 수거한 쓰레기 중에는 담배꽁초, 페트병, 유리병, 일회용 마스크 등 일반적인 쓰레기도 많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래에 꽂힌 채 버려진 폭죽 잔해들이었다.

해수욕장에서 폭죽놀이를 하는 것은 2014년 12월 개정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라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불법 행위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알아도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매년 피서철이 되면 폭죽을 팔지도 사지도 말자는 캠페인과 협조 요청을 열심히 하지만, 인근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파는 것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사실상 단속 권한이 없다.

에코맘코리아가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함께 7월 초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  ⓒ에코맘코리아 제공
에코맘코리아가 기후환경 활동가들과 함께 7월 초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 ⓒ에코맘코리아 제공

해수욕장 불꽃놀이는 인근 주민들과 동물들에게 심각한 소음일 뿐 아니라 여러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대기 오염이다. 폭죽이 발사될 때 납, 바륨, 크롬 등 금속 성분이 발생하며,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이 유독가스와 함께 미세먼지가 돼 공기로 흩어진다. 부경대 대학원 지구환경공학과와 부경대 다이옥신연구센터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운대 해수욕장 여름철 야간 개장 기간에 폭죽이 터졌을 때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는 일반 대기의 약 330배 수준이었다(2006, ‘폭죽의 연소에 의한 HAPs(대기오염물질)의 발생과 안전관리’). 이 논문은 ‘폭죽을 단순히 오락으로 즐기고 있지만, 연소할 때 인체의 건강에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폭죽 시판 및 사용에 대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 앞에서 터지는 폭죽 몇 개는 소량이니까 괜찮을까? 하늘의 미세먼지 10톤보다 내 코로 들어오는 10그램이 더 위험하다.

둘째, 해양 오염이다. 해수욕장 모래 위를 거닐다 보면 종종 발에 밟히는 검은색 원통 모양, 길이 3~5센티미터 정도의 물질이 있는데, 폭죽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탄피다. 대부분 원통 모양인데 발사 화력에 녹아서 날카롭게 찢어진 상태로 버려지기도 한다. 이 탄피들은 모래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고 수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피서객들은 물론이고 특히 모래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에게 유해하다. 또한 햇빛과 바람에 부식되고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돼 공중에 날아다니기도 하고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기도 한다. UN은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바닷 속 플라스틱의 양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바닷 속 오염은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오랜 팬데믹을 지나 3년 만에 간단한 방역 수칙만 지키면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잠깐의 즐거움과 추억을 위한 불꽃놀이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남긴다. 이번 해변의 여름밤은 폭죽 대신 맑은 하늘 빼곡한 별빛으로 추억하면 어떨까.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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