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휴게소에 있는 남녀가 나뉜 흡연구역에 직접 가봤다. 흡연시설 한 가운데 칸막이가 놓여 있었다. 칸막이를 기준으로 왼쪽은 ‘여자 흡연구역’, 오른쪽은 ‘남자 흡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여성신문
영종대교 휴게소에 있는 남녀가 나뉜 흡연구역에 직접 가봤다. 흡연시설 한 가운데 칸막이가 놓여 있었다. 칸막이를 기준으로 왼쪽은 ‘여자 흡연구역’, 오른쪽은 ‘남자 흡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여성신문

“흡연구역 왜 성별로 나누어져 있나요?”

흡연 8년 차인 최재준씨는 최근 친구들과 영종도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남녀로 구분된 흡연구역에 당황했다. 최씨는 “흡연자인 친구들과 함께 흡연구역으로 갔더니 남녀가 나누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눠서 흡연했다”며 “왜 나누어져 있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반면 흡연자 김지영씨는 중년 남성이 많은 흡연구역으로 갈 때면 긴장한다. 김씨는 “최근 어떤 중년 남성이 내게 ‘담배 피우면 안 돼!’라며 소리를 질렀다. 당시 남성 흡연자도 있었는데 여자인 나한테만 그랬다”며 “그 이후로 혼자 담배 피우기가 무서워졌다. 특히 중년 남성과 함께 있을 때는 ‘여자가 담배 피운다고 갑자기 뒤통수를 맞으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성별이 나뉜 흡연구역이 있다면 안심하고 흡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종대교 휴게소에 있는 남녀가 나뉜 흡연구역에 직접 가봤다. 흡연시설 한가운데 칸막이가 놓여 있었다. 칸막이를 기준으로 왼쪽은 ‘여자 흡연구역’, 오른쪽은 ‘남자 흡연구역’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흡연구역에서 10여 분 머물러 지켜보니 안내판에 따라 여성 휴게소 이용객은 ‘여자 흡연구역’으로 남성 이용객은 ‘남자 흡연구역’으로 들어가 흡연했다. 2~4명씩 친구 단위로 온 이용객들은 성별에 따라 나눠 들어가지 않고 흡연시설 가운데에 놓인 칸막이 앞에서 흡연하기도 했다.

흡연구역을 성별에 따라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영종대교 휴게소 시설관리팀 관계자는 “정확하진 않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흡연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칸막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관리·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에 취재한 결과 여성이 흡연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 이용객이 1년에 한두 번 있어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여성이 흡연하는 것을 불편하게 본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

신공항하이웨이㈜ 홍보팀 담당자는 “남녀 차별은 절대 아니”라며 “과거 여성이 흡연하는 것을 불편하게 보신 분들이 조금 있었다. 트러블을 해소하고자 준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좋은 곳에 가기 전 들르는 휴게소인 만큼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편하게 흡연하시라는 마음으로 흡연시설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공항하이웨이㈜에 따르면 해당 흡연시설은 2019년부터 운영해왔다. 그는 “흡연실을 설치할 때 다른 휴게소를 참고했다”며 “한 휴게소의 남녀가 구분된 흡연시설을 가봤는데 처음 봤을 땐 의아했지만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우리도 칸막이를 설치하는 쪽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애기했다. 이어 “설치 이후 다행히 지금까진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

영종대교 휴게소 외에도 괴산·문산·속리산·정안 알밤 휴게소 등엔 남녀가 구분된 흡연시설이 있다. 남녀 구분된 흡연시설에 대한 여론은 다양했다. 누리꾼 m***씨는 “남녀 흡연구역이 따로 있어 놀랐다. 왜일까?”라고 의문을 제시했다. 또 다른 누리꾼 n***씨도 “처음 남녀가 구분된 흡연구역을 봤을 때 충격이었다”면서도 “아는 언니가 흡연할 때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피는 것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긴 했다”고 썼다.

b***씨는 “여자가 담배 피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성별이 구분돼 있어서 편하다고 밝혔다. 반대로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것인가”, “흡연구역마저 화장실처럼 남녀로 갈라놓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며 성별을 왜 나누는지 모르겠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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