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난자 냉동... 79조 펨테크 시장 더 커진다
월경·난자 냉동... 79조 펨테크 시장 더 커진다
  •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 승인 2022.07.21 14:49
  • 수정 2022-07-26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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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랑 산다]
여성 건강·삶의 질 높이는 기술
‘펨테크’ 시장 나날이 성장
전 세계 투자 규모 약 2조5000억원

드러나지 않던 여성 사용자에 주목
생리주기 앱·완경 후 건강관리까지
비즈니스 모델도 세분화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성별 이분법 강화’ 지적도
펨테크(FemTech)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Shutterstock
펨테크(FemTech)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Shutterstock

펨테크(FemTech)가 크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펨테크 시장과 펨테크를 둘러싼 담론이 확장되고 있다.

‘펨테크’는 일반적으로 여성 건강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산업군을 이야기한다. 맥킨지 아티클에 따르면, 이 용어는 2016년 생리 트래커 클루 앱의 창업자 이다 틴(Ida Tin)이 만들었고, 기술 기반의 여성 사용자 중심 프로덕트와 솔루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리 주기 추적 앱부터 탐폰, 생리컵, 생리통 경감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물론, 체외 수정, 난자 냉동 등 재생산 기술까지 아우른다.

예전에는 여성 건강 시장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소비력이 크지 않다고 여겨졌다. 옛말이다. 2027년 즈음에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펨테크 시장 규모가 601억 달러, 우리 돈 79조원대로 추산된다(시장조사기관 Statista, 2022).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CNBC가 인용한 피치북 데이터(Pitchbook data)에 따르면 2015년 6억 달러, (18일 원/달러 환율 1317.70원 기준) 우리돈 7906억 원대에 불과하던 펨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해 19억 달러, 우리돈 약 2조 5036억원으로 세 배로 뛰었다고 한다.

성장 잠재력 또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펨테크 시장의 성장과 사회적·문화적으로 금기시됐던 여성의 건강 이야기가 공공 영역으로 나오는 분위기는 서로 맞물려 있다고도 한다. 산후 관리용 언더웨어로 시장에 뛰어든 미국의 한 펨테크 스타트업은 이후 여성 스스로 몸을 자세히 알도록 하는 솔루션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우리의 솔루션은) 그 동안 여성 건강과 관련해 금기로 여겨졌던 수많은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창업가들은 말한다. 지금은 여기에 포괄적 다양성(Diversity, Equailty and Inclusion, DEI)을 중심 가치로 삼아 포트폴리오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한다.

펨테크 앱의 사용성 확장

펨테크 앱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여성 생애주기별, 상황별 맞춤형 솔루션들이 앱스토어에 포진해 있다. 실제 투자 업계에서 접하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들도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가입자 수를 늘리고, 사용자들을 붙들어 놓고, 매출까지 올리는 솔루션이 돼야 하는 만큼, 여러 비즈니스 모델도 쏟아지고 있다.

가장 흔히 눈에 띄는 생리 트래커 앱의 경우, 생리 주기를 기록하거나 가임기를 확인하기 위해 보는 정도로 활용돼 사용자 유지(retention)는 잘 되지만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지금은 주요 건강 정보는 물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콘텐츠, 여성용품 관련 커머스로의 연동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사용자의 지속적인 접속을 유도한다. 생리 주기를 확인하러 왔다가, 건강 정보부터 필요한 물품 구입까지 한 앱에서 다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개인 생리 주기 기반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나 전반적인 건강 관리 영역 솔루션을 위한 재료로 쓰일 수 있다.

중장년층의 스마트폰 활용도와 리터러시가 높아지는 만큼, 완경 이후의 솔루션들도 해외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 급격한 체중 증가나 우울증, 건망증, 불면증, 성생활의 변화 등 다양한 건강 이슈가 발생하는데, 그 증상은 개인별로 무척 다르게 나타난다. 소위 ‘석류 즙만 먹고’ 끝날 일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줄곧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담론이 안정적으로 자리하기 시작한 북미·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서비스가 다수 출시돼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펨테크를 둘러싼 리스크와 비판

이런 가운데, 펨테크 솔루션들에 대해 철저한 데이터 보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굉장히 민감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임신중지권에 대한 연방 차원의 헌법적 보호 폐지)로 촉발된 생리 트래커 앱 삭제 운동이다. 스스로 꼼꼼하게 기록한 생리 주기와 정확한 예측 모델이 도리어 여성 본인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앱의 경우 해당 데이터를 제3자(광고주, 사용 중인 휴대전화 기기 내 다른 건강 앱)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데, 향후 사용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해당 앱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제3자에 흘러간 데이터까지 없애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따라서 자신이 쓰는 앱이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익명 처리하는지, 사용하는 기기의 프라이버시 설정은 잘 돼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의 펨테크 시장의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최근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에서 주최한 학술 포럼에서는 다수의 펨테크가 다루는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여성적’으로 고려되던, 임신이나 출산을 긍정하는 방식에 주로 매여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상현(서울대 서양사학과) 발제자는 펨테크 기술이 여성의 몸을 생물학적 여성에만 한정하는 점,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에 근거한 과학 위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나아가 그 기술의 발전 방향 또한, 비키니가 가리는 몸의 영역만 배타적으로 목표로 한다는 의미의 ‘비키니 의학’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러한 흐름은 펨테크 기술이 ‘정상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그 기준에 따르지 못하는 책임을 온전히 개인들에게 돌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박상현 발제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상정하는 기준을 규범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여성의 ‘몸’이 ‘데이터화’되고, 그에 따라 여성들은 미세한 규율 권력에 얽매이는 일상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보라(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토론자도 펨테크 기술이 우리 삶에 완전히 스민 만큼, 정상성의 여성이 될 것 또한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령 건강 관리 앱은, 정해진 기준에 사용자 스스로가 몸을 맞추도록 하고,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죄책감을 던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펨테크는 단순히 시장을 확장해 더 많은 수의 지갑을 연다는 관점, 그 너머에서 접근해야 한다. 펨테크의 성장은 그동안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되거나 드러나지 않던 여성 사용자의 목소리를 수면 위로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는, 배제되어 온 여러 주체를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시스템에서 비롯한 문제를 뚜렷하게 하고, 그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해 나가는 펨테크의 확장이 필요하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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