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

박찬운 초대 군인권보호관의 어깨는 무겁다. 군인권보호관이란 군인의 기본권 보장과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독립기관이다. 오랜 논의와 협상을 거쳐 지난 1일 출범했다. 

군인권보호관은 국가인권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다.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조사관이 파견돼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와 피해 구제 조치를 한다. 또 군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관련 법령 등의 제정 및 개정 등을 권고하는 것이 주 임무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박찬운 보호관은 “우리 사회에선 그동안 군인과 민간인을 과도하게 구별해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군인도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다. 이런 인식을 군인권보호업무 전반에 굳건한 원칙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 말했다.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홍수형 기자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 ⓒ홍수형 기자

성범죄 2차 가해 군사경찰이 수사 담당해
“군인권보호관, 수사과정 모니터링할 것”

2014년 한 젊은 군인이 군 내 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은 전국에 충격을 줬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2021년 공군 성폭력 사망 사건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군인권보호관의 직접적인 출범 계기가 됐다. ‘윤 일병 사건’으로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지 8년 만이다.

이후로도 비극적인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고(故) 이예람 중사에 이어, 지난 19일 이 중사가 근무했던 공군 부대에서 또 다른 여군 간부가 사망했다. 국방부로부터 사망 사실을 통보받은 군인권보호관은 군사경찰의 조사 과정에 입회하고 소속 조사관을 현장에 급파했다. 

박찬운 보호관은 군인권보호관의 취지와 의미를 묻자 “한마디로 말하면 군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대해 더 이상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7월부터 군 내 성폭력 사건 수사·재판권이 경찰로 이관됐다. 성범죄 ‘2차 가해’는 여전히 군사경찰이 수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운 보호관은 “1차 가해는 일반 경찰에서 수사하고, 2차 가해는 군사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은 수사의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 해석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도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일 이것이 문제가 돼 군 내 성범죄 처벌에 구멍이 뚫린다면 대책을 권고할 것”, “수사 과정을 모니터링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이라고 덧붙였다.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희생자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희생자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군의 비협조 우려 제기됐지만
시행령 도입으로 자료제출요구권 규정해

8년 만에 만들어진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해 기대감도 있지만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체포나 구인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 조사 3일 전에 군부대에 통지해야 하며, 방문조사를 특별히 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군 당국이 조사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찬운 보호관은 “최근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행령을 만들면서 방문 조사가 필요한 경우 당일 조사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또한 군 당국의 자료 제출 문제는 법률에 명문으로 자료 제출 요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는 경우엔 인권위가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이 인권위에 협조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라고 해서 사소한 이유가 아니라, 법률 상에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줄 때로 제한하고 있음을 밝혔다.

군인권보호관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군인권보호관은 상임위원이 겸직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박찬운 보호관은 현재로선 이 체제가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1년 정도 업무를 해본 뒤 군인권보호관을 전담하는 상임위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홍수형 기자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 ⓒ홍수형 기자

“군인권보호관 업무체계 만들어
후임자에 넘기는 것이 목표”

군인권보호관 1호 진정 사건은 7월 1일 접수된 A 일병 사망사건으로, A 일병이 2020년 육군 6사단에서 제초작업 후 유행성 출혈열로 사망한 일이다. 박찬운 보호관은 A 일병 사망 사건이 한 병사의 사건이라기보다는 군부대 의료체계에 관한 문제라고 밝히면서 “개인적 접근이 아닌 구조적 접근을 해야 하므로 진정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그 범위를 넘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권조사 여부를 곧 군인권보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군인권보호관의 비전에 대해 묻자 박찬운 보호관은 군인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선 그동안 군인과 민간인을 과도하게 구별해 왔다. 군인이 되는 순간 자유의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 말했다. 이어 “군인에 대한 자유의 제한은 예외이지 원칙이 아니다. 군인도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다. 이런 인식을 군인권보호업무 전반에 굳건한 원칙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2023년 1월이면 상임위원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군인권보호관으로서의 업무도 끝난다. 박찬운 보호관은 “많은 일을 하고 퇴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군인권보호관의 업무 체계를 잘 만들어 후임자에게 넘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1984년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과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을 지냈다. 2006년부터는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다 2020년 차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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