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중요한 정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4년간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총선이 지난달에 끝났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결정을 했다. 그런데 이 동안 우리경제를 둘러싼 국제환경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첫째, 승승장구하던 중국경제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경제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신규사업을 억제하며 은행의 대출도 제한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중국경제는 농촌과 서부지역 개발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해 부실 징후가 늘어나고 무역도 금년에 들어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이 다행이고,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갈 걱정도 줄어들어 잘된 일이라고 여긴다면 짧은 생각이다.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우리의 제일 큰 수출시장이며 중국경제가 주춤하게 되면 그나마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원동력인 수출에 주름이 가게 된다.

둘째,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려고 한다. 먼 나라에서 금리의 움직임, 그것도 실제 인상한 것이 아니라 인상할 것 같다는 전망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지만 실은 이 때문에 우리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국의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외국인 주식 투자자는 우리나라에서 돈을 빼내 더 높은 이자를 향해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를 안정시키고 투자자금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업채산성이 더욱 나빠지므로 이를 실행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셋째,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로 비싸졌다. 미국에서 나는 텍사스 중질유는 41달러를 넘어섰으며 우리가 수입하는 두바이 원유도 35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인상되면 세계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가 겪는 피해는 심각하다.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물가가 1.4% 인상되고 국민소득이 0.8% 떨어지며 석유를 원료로 쓰는 모든 산업이 타격을 입는다.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고 따라서 자동차 공장이나 부품생산업체의 일자리도 감소된다.

이 세 가지의 역풍은 결코 우리가 초래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경제가 너무 좋아 석유도 많이 쓰게 되고 투자도 많이 해서 생긴 문제다. 미국은 분기 기준으로 최고수준인 8% 성장을 기록해 소비도 늘고 기업실적도 나아졌으며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 중국은 올해 초 9.7%의 고도 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나친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을 막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로 대두됐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호황 때문에 생겨난 문제에 대한 부담을 같이 떠안게 된 것은 불행이다. 그러나 남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와의 교류를 통해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이 어렵다면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가정에서 물 한 방울 전기 한 등 더 아껴 쓰고 공장에서 내가 만드는 제품 하나에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한국경제에 부는 역풍을 이겨내는 데에 보탬이 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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