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성인은 실종돼도 ‘가출인’
‘성인실종법’ 발의됐으나 지지부진

‘가양역 실종 여성’ 김가을씨 전단.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김가을씨를 찾는 전단. 사진=가족 제공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김가을(24)씨가 실종된 가운데 성인 실종 사건에서도 신상을 공개해 초기 수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동과 달리 성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수 있어 신상을 대중에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22분 가양역 인근 택시에서 내린 후 가양대교 남단 방향으로 걸어갔다. 약 30분간 대교 위에 서있는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뒤인 오후 11시 9분부터 행적이 묘연하다. 김씨 언니는 이날 오후 11시37분쯤 김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아닌 실종자 가족이 전단지 만들었다

현행법상 19세 이상 성인은 실종신고가 접수돼도 범죄 연관성이 없는 한 경찰이 직접 신상정보 공개 또는 실종 경보를 발령할 수 없다. 결국 김씨의 가족은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언니 A씨는 성희롱과 비방이 담긴 악성 문자메시지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전단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던 A씨는 휴대폰 번호를 바꾼다며 “앞으로 이런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발언은 삼가 달라. 이제 제 번호로 제보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동의 경우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수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상정보공개와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완도 가족 실종 사건에서 조유나양의 신상만 공개된 이유다. 구체적으로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을 보면 18세 미만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포함한 ‘실종아동 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수색에 나설 수 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실종경위와 신상정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웹주소(URL) 등 정보를 포함해 지역주민에게 재난문자와 같은 방식으로 ‘실종 경보’를 전송할 수 있다.

현행법상 성인은 실종돼도 ‘가출인’

성인은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실종됐어도 ‘가출인’이라고 지칭한다. 자발적 가출, 실종, 자살 의심, 연락 두절 등을 아우르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가출인에 대해 위치 추적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는 6만6259건으로 이 중 사망자는 1445명, 미발견자는 577명이었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실종 2만1379건보다 3배 가량 많다. ‘실종아동 등’(4만1222건)으로 넓혀 봐도 2만여건 많은 숫자다.

‘성인실종법’ 상임위 문턱 넘지 못해

국회에선 이른바 ‘성인실종법’의 입법 시도가 20대 국회부터 이어졌으나 번번히 좌절됐다. 20대 국회에서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실종자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일명 ‘실종자패키지법’을 내놨다. 수색·수사 대상인 실종자 범위에 성인 실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성인 실종 이유의 비자발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실종성인법)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이 실종성인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의원은 “현재 실종자들의 대부분이 18세 이상 성인인데,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실종성인에 대한 부분이 법률적 공백상태”라며 “실종성인의 가족들이 다급한 나머지 소위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에 의뢰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불법행위가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전문 접수센터 및 전문 프로파일러 양성에 필요한 예산 지원과 법적 근거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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