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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반미여성회 회장

내년이면 벌써 분단 60년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남녘의 최고위급부터 노동자, 농민, 여성 등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까지 분단 장벽을 넘어 북녘 동포들과 손을 잡았다. 6·15 공동선언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졌고 남과 북의 여성들이 올 가을 평양에서 함께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북녘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은 시퍼렇게 살아 있고 지금도 한총련, 한청, 범민련 등은 이적단체로 낙인 찍혀 있다. 안타깝게도 민족공조와 민족대단결을 이루어 분단 60년을 통일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통일의 길은 아직도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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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룡천 참사가 일어났을 때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눈물겨운 동포돕기 행렬은 사상과 이념을 떠나 민족대단결을 이루는 거대한 물줄기였다.

◀지난 29일 종로 YMCA 앞에서 열린 '룡천돕기여성행동' 캠페인에서 한 어린이가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민원기 기자>

룡천돕기여성행동이 명동에서 벌인 모금운동에 고사리 손으로 저금통을 깨서 모금함에 넣는 어린이들부터 지갑을 통째로 털며 조금밖에 못 넣는다고 부끄러워하는 직장여성들까지 룡천을 돕기 위한 손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정부나 기업에서 엄청난 액수의 물자를 북에 보낸 것과 비교되지 않지만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공장에서 모은 모금액은 평범한 민중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어 더욱 값진 것이다. 북녘 룡천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면서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이것이야말로 분단 60년을 통일원년으로 만드는 첫걸음이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에 대한 기념일이 많은가 보다.

북녘에도 어린이날이 있을까? 어린이날은 아니지만 비슷한 명칭의 기념일이 있다.

6월 1일은 '국제 아동절'이라 해서 탁아소, 유치원 어린이들의 명절이고 6월 6일은 소년단 창립일로 인민학교(남녘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잔칫날이다.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은 각종 행사가 주를 이루고 6월 1일 국제 아동절은 예술 공연과 닭싸움, 밧줄당기기, 고기잡이 놀이 등 다양한 종목들이 펼쳐지는 체육대회 등을 개최한다.

룡천역 부근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봤다는 룡천소학교 아이들은 이번 국제아동절과 소년단 창립일을 어떻게 보낼까? TV에 비친 룡천소학교는 학교 건물이 몽땅 무너지고 간판만 남아 있었다.

룡천역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이들은 마침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재잘거리며 운동장에 있던 아이들, 가방을 들고 신나게 뛰어 나가던 아이들에게 엄청난 불길과 파편이 덮쳤다. 이렇게 룡천소학교 3/4에 달하는 아이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화상으로 붕대를 감고 병원에 누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다. 다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러나 북녘 동포들은 소중한 가족과 집을 잃은 슬픔을 딛고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폭발사고로 생겼던 구덩이도 메우고 집과 건물을 다시 세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도 다시 세울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걸상, 칠판과 공책이 필요하다.

남녘 동포들이 룡천소학교 아이들에게 따뜻한 동포애를 보내자. 룡천소학교 어린이들이 즐겁게 국제아동절과 소년단 창립일을 보낼 수 있도록 희망의 손길을 보내자. 룡천소학교 어린이들은 남녘 동포들의 따뜻한 동포애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란 북녘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민족은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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