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대법원 피고인A 무죄, 피고인B 유죄 판결
박한희 “명백한 동성애 혐오 강간”
김숙경 “군성폭력에 성별권력관계 작동”

3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3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10개 민간단체 소속, 이하 공대위)는 5일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법적 대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대법원 판결, 그 의미와 이후 대응에 대하여’를 주제로 토론회를 온라인 ZOOM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월 31일 열린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되짚고, 파기환송심 및 민사소송 대응 중에 있는 피해자의 법적 지원을 위한 쟁점 도출 및 이후 대응을 모색하고자 개최됐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은 2010년, 두 명의 해군 상관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2022년 3월 31일, 3년 만에 열린 대법원 선고를 통해 피고인 A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했고, 피고인 B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던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유호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의 전다운, 박한희 변호사가 먼저 ‘사건의 법적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이어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 강은영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각각 ‘현재 군대 내 성폭력 시스템, 정책의 사각지대’, ‘성폭력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형사사법기관의 판단’, ‘군대 내 성폭력 상담 실태’를 주제로 토론했다.

첫 발제를 맡은 전다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요지를 분석했다. 전다운 변호사는 피고인 A에 대한 이번 무죄 확정 판결이 아직 미신고됐거나 발생할지 모르는 군내 성폭력 사건 및 성차별적 문화개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박한희 변호사는 본 사건이 성소수자 성폭력 사건이자 혐오범죄이고, 더욱이 혐오범죄의 극단으로서 이성애자 남성이 여성 동성애자에 대해 성적지향을 ‘교정’ 하거나 ‘치료’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교정강간’ 혹은 ‘동성애혐오 강간’임을 분명히 했다.

발제에 이어 첫 토론자로 나선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가해자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내는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 평상시 일탈 행위가 있었다’ 등과 같은 부당한 루머와 군대 동기와 선후배 간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구명운동 등 조직 내 보이지 않는 분위기와 영향력의 카르텔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은영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자에게 사건 발생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성차별 의식이 매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판례 중에 성인지 감수성이 담긴 판단이라든가 개별 피해자가 처한 사정이나 상황을 고려한 사례, 피해자의 저항이나 폭행·협박에 대해 폭넓게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주목해야 할 점으로 피해자가 여군일 경우 동료, 심지어 후임과 하급자가 성폭력 가해자인 예가 남군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며 군성폭력에 계급이라는 권력관계 못지않게 성별권력관계 또한 작동함을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군성폭력 상담 현장에서의 변화로 여군 피해자들의 상담과 지원 사례 증가 및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 또한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공대위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앞으로의 법적 대응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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