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기념 포럼 개최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일본YWCA 참여
전쟁 중 여성의 상황과 역할 강조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100주년 기념 여성평화포럼을 열었다. ⓒ한국YWCA연합회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100주년 기념 여성평화포럼을 열었다. ⓒ한국YWCA연합회

한국YWCA연합회(회장 원영희)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100주년 기념 여성평화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한국YWCA가 100주년을 맞아 2017년부터 진행해온 ‘여성평화순례: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마무리하며 연대와 비전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은영 한국YWCA연합회 부회장이 사회를 맡은 포럼에서는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여성이 만드는 평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이어 패널로는 △알료냐 프로비덴체바 우크라이나YWCA 활동가 △나탈리아 울리아네츠 우크라이나YWCA 회장 △아말 타라치 팔레스타인YWCA 사무총장 △히구치 사야카 일본YWCA 부회장 △이숙진 전 한국YWCA연합회 위원·이화여대 강사가 나섰다.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이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이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반도는 70여 년의 끝나지 않은 전쟁과 분단 속에서 갈등과 반목, 혐오와 대립을 겪으며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해왔다”며 “이 전쟁이라는 비극의 틈새에서, 우리는 한반도를 넘어서는 국제적인 평화 연대의 힘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분쟁의 상황에 있는 여성들이 피해자의 위치를 넘어서서 정의와 변화를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평화의 실천을 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고 상호 연대와 지지를 보내며 공동의 실천을 만들어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기조발제에서 김성경 교수는 ‘정전 체제’로 지속되는 전쟁의 상황을 지적하면서 “남북 여성의 일상은 전쟁의 주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며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가부장제와 결합된 독특한 체제를 구축했으며, 남북의 여성은 국가를 앞세운 가부장제와 남성들의 폭력과 억압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를 지속하기 위해 여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안보와 평화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것 △여성들의 연대와 협력체계를 강화할 것 △안보와 평화의 영역에서 여성주의적 시각을 강화할 것 등을 언급하며 기조발제를 마쳤다.

알료냐 프로비덴체바 우크라이나YWCA 활동가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알료냐 프로비덴체바 우크라이나YWCA 활동가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이어 토론에 나선 알료냐 프로비덴체바 우크라이나YWCA 활동가는 전쟁 중에서 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겪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직장을 잃은 사람들, 친척을 잃은 사람들, 자녀를 잃은 사람들, 강간당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대를 넘어서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며 일상에서의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상황에 놓여있는 또 다른 국가인 팔레스타인YWCA의 아말 타라치 회장은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소개하고 단체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팔레스타인YWCA의 전락적 목표로 △여성의 경제적 권한 부여 △팔레스타인 청소년 역량 강화 △인권 존중하는 사회 구성 △YWCA의 역사적 재산 보존을 언급했다.

나탈리아 울리아네츠 우크라이나YWCA 회장이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나탈리아 울리아네츠 우크라이나YWCA 회장이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키이우에서 토론에 참여한 나탈리아 울리아네츠 우크라이나YWCA 회장은 “우크라이나는 인권을 보장받는 것은 고사하고 식량도 조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의 위기뿐만 아니라 생존의 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내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움의 근원”이라며 “처음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며칠 있다가 끝날 수도 있겠지’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을 통해 제가 얻은 교훈은 바로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평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중요성을 더 널리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히구치 사야카 일본YWCA 부회장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에서는 개헌과 관련해 우려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것”고 말했다. 이어 “근거로 다른 나라가 일본을 침략할 경우 군대가 없으면 자국을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제시되고 있다”며 “일본YWCA는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여성인권운동체로서 일본의 개헌을 반대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숙진 전 한국YWCA연합회 위원·이화여대 강사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이숙진 전 한국YWCA연합회 위원·이화여대 강사가 6일 파주 지지향에서 개최된 여성평화포럼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YWCA 유튜브 캡처)

이숙진 전 한국YWCA연합회 위원·이화여대 강사는 ‘한반도 여성들의 평화 활동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그는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세계 진행방향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 상태는 신냉전 체제가 본격적으로 구축될 수도 있고, 평화의 훈풍이 새로운 미래 사회를 열 수도 있다”며 “한반도가 강대국 간의 긴장과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기 위해,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대해진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평화운동은 군사주의를 전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오늘날 여러 가지 정황은 신냉전 체제가 본격화되는 듯 보이나 한국 여성의 평화운동이 그 방향을 돌릴 수 있다”며 “지난 수년 동안 평화운동의 이름 아래 모인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전체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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