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4일 어린이날 100회를 맞아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제한하는 학회의 지침을 개정하라는 판단을 내놨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제한하는 학회의 지침을 개정하라는 판단을 내놨다.

3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대한산부인과학회장에게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 등을 제한하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비혼인 진정인들은 학회의 지침상 시술 대상이 부부로 한정돼 있어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지 못해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르면 체외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 포함) 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학회 측은 제한 사유에 대해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정자나 난자를 매매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부부관계인 경우 정자나 난자를 채취하거나 사용할 때 상대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결정이 가능한 혼인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보다 다른 목적으로 생식세포를 사용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또 “체외수정 시술이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기 힘든 사각지대가 많아 전문가들의 자율적인 윤리 지침이 필요했다”며 “윤리지침 특성상 사회변화 속도와 비교해 개정 속도가 느릴 수 있으나 최근에는 사실혼 관계 부부를 인정하는 등 사회 흐름을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학회의 문제의식은 인정하지만,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므로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학회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치를 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비혼 여성이 혼인 상태에 있는 사람보다 매매 목적 등 다른 목적으로 생식세포가 사용할 확률이 높다는 학회의 주장에는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배우자 동의 절차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국한된 규정이므로 보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혼 출산 후 여러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도 “자발적으로 자기 삶의 형태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양육 의지와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강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혼 출산을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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