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풀린 택시 합승, ‘범죄 우려’ 불안감 여전
40년 만에 풀린 택시 합승, ‘범죄 우려’ 불안감 여전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2.06.30 09:00
  • 수정 2022-06-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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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만’ 합승조건에도 범죄 가능성 우려
본인 아닌 타인 탑승 막을 규정도 없어
한 시민이 택시 탑승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한 시민이 택시 탑승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982년 이후 40년 만에 택시 합승 금지가 허용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입장이 분분하다. 특히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 택시 합승 허용 기준을 마련한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 6월 15일 시행됐다. 개정안은 합승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플랫폼가맹 또는 플랫폼중개사업자의 플랫폼 서비스가 갖춰야 할 승객의 안전·보호 기준을 담고 있다. △차량 안에서 위험 상황 발생 시 경찰 또는 고객센터에 긴급 신고할 수 있는 기능 보유 △탑승 전 승객에게 신고 방법 공지 등이다. 

그랜저 되고 쏘나타 안 된다?
중형 ‘동성만’, 대형 ‘제한 없어’

합승 중개는 카카오T, 반반택시 등 플랫폼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합승하는 모든 승객은 합승 상대방의 탑승 시점과 위치를 알고, 좌석정보도 탑승 전 서로 공유해야 한다. 또 경형·소형·중형택시 차량을 통한 합승은 같은 성별끼리만 이뤄져야 한다. 다만 배기량이 2000㏄ 이상인 승용차(6인승 이상 10인승 이하) 또는 승합차(13인승 이하) 대형택시 차량은 성별 제한 없이 가능하다. 쏘나타(1999cc) 등 가장 많은 택시 유형인 중형 택시 미만의 경우 자동차 안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 이유다.

첫 번째 문제는 활성화 가능성이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T를 비롯한 대형 모빌리티 플랫폼은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합승이 가능한 택시 플랫폼은 서울의 ‘반반택시’, 포항의 ‘포티투닷’, 인천의 ‘씨엘’ 등이다. 아직까진 합승 서비스엔 큰 수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서울의 택시 동승 서비스인 반반택시의 경우 주간 이용자 수가 약 8천 명 선에 그쳤다. 반반택시 사용을 시도해보니 지역·시간적 제약도 있었다. 출발지는 서울 전 지역이어야 하며 합승 서비스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만 가능했다.

반반택시 사용을 시도해보니 지역·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출발지는 서울 전 지역이어야 하며 합승 서비스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만 가능했다. 사진=반반택시 어플 화면 캡처
반반택시 사용을 시도해보니 지역·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출발지는 서울 전 지역이어야 하며 합승 서비스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만 가능했다. 사진=반반택시 어플 화면 캡처

“실효성 없다” “불편할 것 같다”

실효성도 문제다. 택시기사 A씨는 합승 제도에 대해 묻자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편하게 가려고 택시를 타는 것인데 과연 누가 타려고 할까”라며 “택시를 잡은 사람과 실제로 타는 사람이 다를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일일이 따져야 하고, 다른 승객을 태우느라 중간에 정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사람들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까”라고 말했다.

서울-분당을 출퇴근하는 직장인 B씨도 범죄 위험의 우려로 택시 합승 제도가 달갑지 않다. B씨는 “주로 택시를 타는 이유가 야근 혹은 음주를 했을 때”라며 “밤에 타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길도 깜깜해서 범죄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합승이 내키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합승을 해야 한다면 번화가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낮에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성만’ 합승조건에도 범죄 우려

본인 아닌 타인 탑승 막을 규정 없어

특히 SNS를 중심으로 범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누리꾼 C씨는 “합승이 합법이었던 과거엔 택시를 이용한 범죄가 상당히 흔했다”며 “뉴스엔 납치, 성폭행, 인신매매 등의 사건이 쉬지 않고 나왔고 피해 대상은 물론 여성 승객이었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누리꾼 D씨는 “여성들 택시 탈 때 번호판 꼭 기억하고 ‘아바사자’ 확인하고 타라”며 “택시 안에서 잠들지 말고 본인 목적지로 제대로 가는지 확인하라. 택시 안에 있는 물건이나 손잡이 같은 것도 함부로 만지거나 냄새를 맡지 말라”고 당부했다.

택시를 호출한 사람과 탑승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를 막을 세세한 규정은 법령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인 확인 문제에 대해 “플랫폼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주민번호 앞자리와 뒷자리 첫 번째 숫자까지 입력하고, 휴대전화 인증번호 등을 사전에 수집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탑승자를 추적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며 “다만 법령상으로 ‘E가 택시를 불렀지만 H가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진 않아 (국토부에선)되도록 본인만이 탑승을 할 수 있도록 업체 측에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택시는 성별에 제한이 없어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엔 “플랫폼 택시 합승 서비스는 규제샌드박스를 2년여 동안 안전하게 진행해왔기 때문에 허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규제샌드박스를 진행해니 큰 위험이나 민원이 별로 없어서 이를 반영해서 정식 출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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