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부터 운영된 기지촌
국가대상 소송... 조직적 인권침해 국가 책임 인정
1심, 2심 승소했지만 대법원 판결 지연
피해 생존자들 삶의 고통 덜어야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원고들이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지촌 피해 생존자 여성들은 2014년 6월25일 소송을 제기한 이후 1심과 2심을 통해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과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인하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5년째 계류 중이다. 관련 판결이 뒤따르지 않아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군 기지촌 내 풍경 ⓒ두레방
미군 기지촌 내 풍경 ⓒ두레방

국가에 의해 통제·관리받으며 운영

미군을 중심으로 하는 기지촌은 1950년 6·25전쟁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특히 1951년 전선이 교착화된 시기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미군 대상의 위안소를 증대시키고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통제를 시작했다. 이후 박정희 정부 때는 관광진흥법을 제정해 기지촌의 클럽을 특수관광시설업체로 지정했고 기지촌의 조성, 여성 등록 및 관리통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의 생활을 이어 나갔던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조직적으로 발생했다. ‘낙검자 수용소’라는 곳에 감금되는 일이 대표적이다. 기지촌 미군‘위안부’들은 성병검진에서 성병이 발견되거나 성병에 걸린 미군이 지목하면 낙검자 수용소에서 성병 치료 완치까지 감금상태로 지내야 했다. 이외에도 미군, 인신매매 업자, 성매매 알선업자의 범죄에 따른 피해를 입었으나 당국은 이를 묵인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지촌 미군‘위안부’의 고통스런 삶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김은진 두레방 원장은 “기지촌 문제를 과거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무관심과, 일본군‘위안부’와는 다르게 자발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몰지각한 시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대부분은 인신매매를 통해 미군‘위안부’가 된 경우”라고 말했다.

안김정애 공동대표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은 군사주의의 희생자이자 여성폭력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 원고인들, 경기여성연대 등 회원들이 6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배상소송 8년, 기지촌 미군 위안부 소송의 조속 판결과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4년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명예를 회복하고 한국 정부의 사과를 받기 위해 122명의 피해 생존 여성들은 2014년 6월 25일 국가 대상 소송에 나섰다. 2017년 1월 20일 1심에서는 국가에 의한 폭력과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 인정했으며 2018년 2월 8일 2심에서는 더 나아가 국가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원고 전원에게 손해배상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그러나 만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안김정애 공동대표는 “조속 판결 촉구 공문을 들고 사건 접수 담당자를 찾아가 봐도 ‘재판부에 이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이야기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바가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판결이 지연되는 사이 122명이었던 원고의 수는 111명으로 줄어들었다. 소송 대리인을 맡은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2심으로부터 만 5년이 지났고,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하루 빨리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지촌 미군‘위안부’지원을 위한 법안도 답보상태에 있다. 2020년 12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군위안부문제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의료지원·법률상담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안심사소위도 개최되지 못했다.

상위법의 부재는 지자체의 지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지촌이 많이 위치했던 경기도는 지난 2020년 4월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지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안김정애 공동대표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현재 어렵게 살고 계신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건 경제적 지원이다. 생활비, 의료비, 장례비 등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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