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공단에서 열린 ‘2022 희망달서 온·오프라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4월 20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공단에서 열린 ‘2022 희망달서 온·오프라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처음 언급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당시 대한민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같은 해에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와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5경기에서 1번을 제외하고 파죽지세로 승리를 거두면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보다는 두려움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그 무렵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항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인가 아니면 일자리를 오히려 늘릴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번 교수는 ‘고용의 미래’에서 2010년 기준으로 현존하는 미국 내 직업의 47%가 자동화와 기술발전으로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대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들도 많았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며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욕구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는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긍정론이었다. 현금자동지급기(ATM)의 등장이 은행 창구직원 일자리를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ATM 등장 이후에도 은행 창구직원들은 금융상품 판매 등 새로운 일을 더 담당하게 되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경험적 연구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총체적으로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 하는 논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확실한 것은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는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물리적인 힘을 수반하는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대폭 사라질 것이다. 대신 창의적인 작업, 변동성이 커서 직관을 통한 대응이 필요한 업무, 대면 접촉이 필요한 업무, 정서적이고 상호 교감하는 과정이 필요한 업무 등이 더 늘어나고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고용관계도 전통적인 한 명의 근로자에 대응한 한 명의 사용자 관계가 아니라 한 명의 근로자에 대해 다수의 사용자 또는 3자 관계, 4자 관계 등 다양한 고용관계도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며 근무 장소 역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다양한 플랫폼의 출현으로 일거리를 글로벌하게 주고받는 일이 아주 손쉽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여성 일자리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필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급격한 변화가 여성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무나 작업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나 특성이 여성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근무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줄어들고 다양해지는 것 또한 일‧가정 양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성의 일, 남성의 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발전이 여성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겠다.

흔히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빠른 기술의 변화 속에서 자신만이 가지는 개성과 강점을 가지고 미리 준비한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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