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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장애여성공감 상임대표

이달 초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일산홀트복지타운을 방문해 중증장애인을 두 시간이나 목욕시키는 장면을 많은 보도진들 앞에서 연출했고, 이것을 매스컴들과 인터넷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채 앞을 다투어 보도했다.

그러한 연출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언론이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기존정치와는 다른 개혁정치를 펼치겠다고 총선 중에 그렇게 외쳐대던 울림도 채 사라지기도 전, 장애인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그래 왔던 행태와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또 한 번 좌절감을 느낀다. 그 전에도 어떤 날만 되면 유명정치인들이 장애인시설에 보도진들을 우르르 몰고 나타나 자신의 동정심과 자비심을 보여주기 위해 장애인들을 앞에 줄지어 세워놓고 성인이나 어린이나 상관없이 머리를 쓰다듬고 반말을 하며 카메라를 향해 가장 행복한 얼굴을 연출시키며 사진을 찍곤 했다. 시설의 장애인이 그런 연출을 거부하거나 선택할 권리도 없이 시설의 장애인 몸은 그렇게 이용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 정동영 의장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한 연출을 만든 사람이나 열린우리당 사람들 중 누구나 또는 보도진들 중 누구나 단 한 사람이라도, 아니 정동영 의장도 단 한 순간도 목욕하는 장면을 카메라와 많은 사람들 앞에 드러내야 하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이 되어볼 생각을 못 했을까.

비록 시설에서 살고 있고 중증장애의 몸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도 분명 부끄러움과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그 현장에 있었던 그 누구도 그 장애인을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단 말인가.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람에게 이럴 수는 없다고 막는 사람이 없었단 말인가.

보도된 사진을 보면서 분노를 안 느낄 수 없고, 집단적인 폭력에 몸서리치게 새삼 세상이 무서웠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를 않고 집단적으로 그 장애인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내가 그 장애인이라면'하는 생각만 해본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인가 말이다. 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 인권마저 보장되지 않고 감정도 느낌도 없는 사물을 대하듯이 그럴 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사고는 장애여성을 성폭력한 가해자들의 사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이 무슨 상처를 받으랴' '불쌍해서 도운 것뿐인데' 이러한 인식이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 장애인은 인간도 여성도 아니다. 장애가 있는 몸 때문에 인간으로 받아야 하는 당연한 존중도 권리도 없다. 때론 자기가 아끼는 사물 하나만도 못 한 사람이고 그래서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당연히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도대체 더 어떻게 말을 하고 몸부림쳐야 장애인도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진정 부끄러워하고 사과하는 세상이 될 것인가. 장애인의 몸을 언제까지나 대상화하고 이용돼야만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또 수없이 말한다. 장애인도 당신과 같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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