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39명의 여성국회의원이 탄생하면서 한국 여성정치에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장의 출발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지 종착역에 도착했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이 30%까지 높아질 필요가 있다. 17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 13%는 아시아 평균 14.9%에 아직 못 미치고 전세계 평균인 15.3%에도 못 미친다. 다음 선거에 대비해 가능한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목표치를 30%로 정하자고 제안하고 싶은데, 30%는 의회 내에서 1/3의 의석을 의미한다. 1/3은 우리가 말하는 임계수치로서 '의회의 성격을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점유율'이다.

18대에 30%에 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4년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지역구부터 살펴보자. 이번 선거에서 39명에 이른 것은 사실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서 많은 여성들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는 모두 66명이 출마해 10명밖에 당선되지 못했다. 낙선한 여성후보들이 지적한 낙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낮은 인지도다. 이번에 지역구에 출마한 여성들은 대부분이 이미 중앙정치 혹은 지방정치의 정치적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정치신인이라고 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낮아 선거에서 졌다면 완전한 정치신인들은 그야말

로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구에 출마를 꿈꾸는 예비 여성후보들은 우선 지역의 인지도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사실 많이 기대된 예비 여성후보들이 본선이 선거에 등장도 해보지 못하고 경선에서 낙마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경선을 통과한 경우에는 거의 당선권에 근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몇몇 정당에서는 경선과정에서 여성 경선후보들에게 20% 가산점을 주었지만 경선을 통과한 여성후보들은 20%가 없어도 통과할 수 있었고 경선을 통과하지 못한 여성후보들의 경우에는 20%가 의미가 없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경선도 본선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본선에 비해 선거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조직과 돈이 이전의 선거들보다 더욱 활용되었고 돈과 조직에서 엄청난 열세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비용 및 각종 선거운동 방식에도 경선이 법의 테두리 안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경선 자체에 대한 의문제기다. 외국의 비례대표제 국가의 경우에는 경선으로 명부의 위치를 정할 때 남녀를 따로 경선하는 경우도 있고 당중앙에 후보의 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도 한다. 경선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 법의 테두리에 포함시키면서 당 중앙위에 공천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 혹은 남녀 별도의 경선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례대표 부분이다. 이번에 당선된 비례대표의원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경우 12명의 여성당선자 가운데 5명이 당내부 인사이고 7명은 영입된 여성들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11명의 당선자 가운데 3명만이 당내 인사다. 이렇게 당 외부에서 여성들을 데려오다 보니 당내에서는 '정치하려면 여성들은 당 밖에서 몸값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자조 섞인 빈정댐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비례대표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의 이데올로기, 정책과 일체감을 느끼는 당 내부의 인사를 중심으로 공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당들은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교육시켜 정치에 충원되도록 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차제에 당내에 차세대 여성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계획을 장기적으로 마련하고 4년을 준비해 당내의 인사를 중심으로 다음 선거에는 비례대표공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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