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캐나다 등 세계 정상도 일제히 비판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지권 옹호 시위대와 반대 시위대가 함께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지권 옹호 시위대와 반대 시위대가 함께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절(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자세계 각국 정상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낙태는 모든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권리다. 보호돼야 한다"라며 "나는 미국 대법원에 의해 자유가 약화된 여성들에게 나의 연대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도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의 건강, 생존 문제"라며 미국 여성들이 낙태 절차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연방 당국의 "가능한 모든 일"을 하도록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미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세계의 사람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며 “큰 퇴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언제나 여성의 선택권이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었고, 그게 영국이 법을 갖고 있는 이유”라며 “실제로 최근 우리는 그 영국에서 법들이 강화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번 판결이 "여성의 권리와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합법적인 낙태 제한은 여성, 소녀들을 안전하지 않으며 때로는 치명적인 절차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미국의 여성들이 얼마나 큰 분노를 느끼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라며 “어떤 정부, 정치인, 남성도 여성에게 여성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엔도 우려를 표명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이 미국의 성적, 생식 건강의 "역행"이라며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있어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미 대법원의 판결이 과거 낙태에 제한을 뒀던 50개 이상 국가들이 지난 25년 간 낙태를 자유화한 후 이뤄졌다"면서 "오늘 판결로 미국은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진보적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국민연설을 통해 "오늘은 우리 국가에 슬픈 날"이라면서도 "싸움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11월 중간선거 투표로 의회를 움직여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찬성 5명 대 반대 4명으로 50년 만에 번복했다. 미시시피주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 법률 위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올라간 결과다. 

아칸소, 미시시피, 텍사스 등 13개 주에서는 즉각적으로 임신중지가 금지됐다. 앨라배마, 오하이오, 조지아 등 5개 주에서도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임신중지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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