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급식실서 나온 ‘발암물질’ 요리 매연
초미세먼지(PM2.5) 노출된 아이들
학교 내 요리 매연 저감 대책 시급

ⓒEvery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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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먹는지 학교에서 매 월 영양소와 열량까지 자세히 표기된 식단표를 받는다. 요즘은 아침마다 스마트폰 앱 알람이 오늘의 식단을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학부모 급식모니터링을 통해 신선한 재료가 수급되고 있는지, 음식은 식단에 맞게 잘 제공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런데, 막상 음식을 만드는 조리실과 내 아이가 밥을 먹는 급식실의 환경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지난 5월, 20여 년간 초중고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조리사가 폐암 말기 진단 1년 만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폐암의 원인은 요리 매연. 암 선고 일주일 후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고, 11월 산재인정을 받았다. 비흡연자인 환자가 오랜 기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조리실에서 요리 매연을 마셔 온 것이 폐암의 원인으로 인정된 것이다. 폐암은 한국인 사망률 1위인 가장 위험한 암이고, 초미세먼지인 요리 매연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고한 1군 발암물질이다. 지난해 2월 처음 요리 매연이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발병 원인으로 인정된 이후 지금까지 64명이 산재 신청을 했고 34명이 인정을 받았으며, 신청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요리 매연은 모두 초미세먼지(PM2.5)이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폐로 직접 들어가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 12개 초등학교 1759명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폐활량을 측정하는 '1초간 노력성 호기량'이 낮은 학생(정상 예측치의 80% 이하) 중, 초미세먼지 저노출 집단은 1.6%인 반면 고노출 집단은 약 4.9배나 높은 7.9%였다. 초미세먼지가 어린이의 폐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미세먼지를 포함해서 이산화질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폼알데하이드 등의 오염 물질은 천식, 비염 등 호흡기 관련 장애와 ADHD 증후군, 각종 피부질환의 원인이 된다.

사실 학교 요리 매연 문제의 시작은 조리실이었지만, 조리실과 연결된 급식실을 이용하는 학생, 교사, 노동자들의 건강 또한 크게 우려된다. 학교 급식에는 튀기거나 굽는 요리가 많은데 이때 발생하는 유증기는 기존 환기시설로는 잘 배출되지 않고, 특히 오래된 건물은 환기시설을 새로 설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리가 끝난 후에도 급식실에 많은 양의 요리 매연이 잔류하게 된다.

환기를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하더라도 요리 매연은 다시 교실과 운동장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마시는 공기가 된다. 요리 매연이 잔류하는 실내와 그 외부까지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에코맘코리아는 최근 국회에서 ‘요리 매연 없는 숨쉬기 좋은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관련 전문가들과 환경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학교 내 요리 매연 저감을 위한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많은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 노출 피해 민감계층인 유아와 어린이들이 가장 위험한데 학교를 포함해 요리 매연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 결과조차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고, 무엇보다 요리 매연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년 산재 인정 후 노동부에서는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의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내 요리 매연 문제는 정부 기관과 시민 단체뿐 아니라 학부모도 실태조사와 개선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 아이가 매일 가는 급식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요리 매연 없이 숨쉬기 좋은 곳이 되도록 당사자인 학부모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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